통화량 분기별로 안배/새 통화관리방식 어떻게 달라지나(해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시적 통화팽창 정해진 수순/작년같은 자금난은 없을 전망
9일 한은이 내놓은 올해의 통화 공급계획은 올해부터 크게 바뀐 통화관리방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를테면 기업들이 한해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물을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로 적절히 안배해 대줌으로써 한참 목이 마를때 돈가뭄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ㆍ4분기중 노사분규등으로 내노라하는 대기업들마저 부도직전까지 몰렸던 상황에서 오히려 시중돈을 거두어가버린 것과 같은 잘못을 올해는 저지르지 않겠다는 반성에서다.
지난해 그같은 엉뚱한 통화관리가 이뤄졌던 이유가 바로 「전년비 총통화 증가율」에 모두들 지나치게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1년전의 통화 「수위」가 연중으로 평탄하게 기록되기만 했다면 그같은 통화관리방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를 한번 치르면 통화 수위가 크게 출렁이고,또 선거가 없다하더라도 설날ㆍ추석등 자금수요가 크게 몰리는 때가 양력으로는 이달에 갔다,저달에 갔다하는 상황에서 그같은 통화관리방식에 큰 교란이 온다.
1년전 오늘이 이상한파로 영하 20도까지 떨어졌으니 오늘 아침이 영하 10도를 기록했는데도 1년전에 비해 「따뜻한」날씨라고 우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난해 분기별 총통화증가율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늘고 줄어든 돈의 양은 1ㆍ4분기중 마이너스 62억원,2ㆍ4분기중 2조6백63억원과 같은 극심한 불균형을 나타냈던 것이다.
그래서 올해부터 통화당국이 들고나온 통화관리방식이 「전년비 진도율」이란 것으로 쉽게 말해 올 한해 전체로 풀수 있는 돈을 1백이라고 놓고 이중 20만큼은 1ㆍ4분기중에,16만큼은 2ㆍ4분기중에 하는 식으로 통화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하에서는 올 1ㆍ4분기중 전년비 총통화 증가율이 급격히 뛰어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처럼의 새로운 통화관리방식을 포기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1ㆍ4분기처럼 실제 시중의 돈은 말라가는데 총통화증가율이 높다며 공연한 물가불안심리나 부추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한종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