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스 카페] "마약·사랑·거짓말은 우리 삶의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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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담배, 섹스… 그리고 마약. 영국 청소년의 현주소다.

더 타임스 14일자 별도 섹션 커버스토리로 보도한 기획기사 '청소년들의 솔직한 고백'은 충격적이다. 영국 전역의 청소년 5백명에게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나를 솔직하게 써달라"고 부탁해 받은 설문 가운데 대표적인 글을 모아 보도했다. 13세에서 19세 사이 청소년의 고백은 너무 생생하다.

다음은 몇 가지 대표적 사례.

"부모님은 너무 고리타분하다. 나는 코카인도 마시고 여러 번 성관계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브릭스톤(슬럼가)에 사는 것은 아니다. 꽤 괜찮은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이다. 마약과 사랑과 거짓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남학생.17세)

"주변 아이 모두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섹스를 즐긴다. 그걸 자랑한다. 12세, 13세짜리까지 그런다. 임신하고 유산한 두명을 안다. 나도 놀랐다. 나는 안 그렇다. 나는 또래집단의 패거리 문화에 휩쓸리지 않는다."(클로에.16세/건축가의 딸)

"부모님들이 걱정하면 대답하지만 진짜 문제는 얘기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친구의 절반은 담배를 피운다. 영웅심리 같은 것 때문에 시작한다. 나는 안 하지만 겉돈다는 생각에 힘들다. 여자친구는 있다. 내 나이에 심각한 이성관계는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여자친구는 그렇지 않다. 성관계도 가졌다. 나는 내가 누구인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제임스.16세/의사의 아들)

"나의 삶은 환상적이다. 나는 백인 동성애 소년이다. 동성애 남자친구와 같이 좋아하는 음악 듣고, 담배 피우고, 배고프면 햄버거를 사먹고, 모자란 것이 없다. 우리(동성애 친구와 나)는 젊음을 낭비하지 않는다. 부모님들은 내 관심사가 다양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관계없다. 부모님과 나의 삶은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조지 로이드.16세)

"첫번째 남자친구와 10개월째 사귀고 있다. 잠도 같이 잤다. 16세 때만 해도 모든 사람이 섹스를 즐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터프하게 보이려는 마초(Macho)기질 때문에 과장이 많다. 내 또래집단의 실제 성관계는 보통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아만다.17세/공장근로자의 딸)

"나는 방글라데시에서 이민 왔다. 자라면서 주변의 친구들이 출신 집단에 따라 갱이 되고 총을 쏘며 싸우는 것을 본다.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 때면 우리 손엔 총이 들려 있을 뿐이다. 우리는 조폭이 될지 모른다."(남학생.18세/런던 거주)

"지난해 동갑(17세) 친구가 아이를 낳았다. 우리는 일류 사립학교 재학생이다. 임신을 경험한 친구가 적지 않고, 성경험을 한 친구는 훨씬 많았다. 잘 사는 집안에 태어나 영국 전체의 5% 이내에 들어가는 좋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왜 이런 잘못된 성관계를 갖는가. 교육제도에 일부 책임이 있다."(나탈리 바이롬.18세)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사고를 친다.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술을 마시고 마리화나도 피운다. 마리화나는 별로 나쁘지 않다. 담배나 마찬가지다. 마약도 아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나디아.16세)

보수적이지만 개방적인 선진국 청소년들의 초상이 짐작 이상이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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