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스 카페] "1지망 대학 떨어지면 3년치 수업료 안받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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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제1지망 대학교에 떨어지면 수업료 3년치를 안 받습니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 있는 사립 고야산(高野山)고교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30명 정원의 '특별진학 코스'를 설치하고, 여기에 들어간 학생 중 제1지망 대학에 떨어지면 3년치 수업료 1백90만엔(약 2천만원)을 아예 안 받겠다는 것이다.

오카모토 마스히사(岡本彌久)교감은 "특별코스의 수업료가 일반 학급의 거의 두배에 이르고 수업료를 못 받는 경우도 많이 나오겠지만 그런 하찮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오로지 우리 학교에서 일본의 리더를 만들어내고 싶은 심정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불교 진언종(眞言宗) 계열의 이 학교는 1886년 설립됐다.

이 학교 특별코스의 수업은 오전에는 학교 선생님이 맡지만 오후엔 인근의 내로라하는 '족집게 학원 선생'들이 총출동한다. 오카모토 교감은 "우리 학교 선생만으로 가르쳤던 지난해까지 고베(神戶)대 이상의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내년도는 영어.수학.국어과목에서 네명의 '족집게 선생'이 출동한다.

그동안 일본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수업료 면제'를 내거는 사립고는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 수업료를 안 받겠다"는 '역발상'은 처음이다. 학원 강사가 학교로 진출하는 일도 처음이다.

단 학생들의 제1지망 수준은 적어도 고베대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교토(京都)대.오사카(大阪)대를 포함해 도쿄(東京)대.게이오(慶應)대 등 도쿄에 있는 상당수 대학이 해당된다.

물론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그동안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최고의 성적이 돗토리(鳥取)대에 불과했다. 또 최근 20년 연속 입학 학생수가 모집 정원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학교가 '고객'인 학생들의 요망에 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우수 대학에 진학시킨 경우가 전무한데 무얼 믿고 학부모들이 그런 곳에 자녀들을 맡기겠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축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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