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와 內閣 인사쇄신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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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정쇄신과 청와대 인적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했다는 보도에 청와대는 공식 부인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청와대가 굳이 이런 요구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20년 측근인 최도술씨의 비리의혹으로 "국민을 대할 면목이 없다"면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 이 정권 들어 청와대 인사들과 盧대통령 측근들의 크고 작은 비리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액수 면에서도 역대 정권에 비하면 훨씬 적고 내용도 심각한 게 아닌데 언론이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김대중 정권 초기 옷로비 의혹사건 때도 정권 핵심부가 그런 주장을 하다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많은 국민은 노무현 정권에서는 측근 비리가 없으리라 기대했고, 이런 신뢰가 허물어지면서 지지도가 급락한 것이다.

盧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을 받은 뒤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하고 국정쇄신을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시기를 재신임 이후로 늦출 이유가 무엇인가.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가 위헌논란 등에 부닥쳐 실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대통령이 국정쇄신과 인적개편을 단행한다면 사실상 재신임을 물어야 할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 있다.

설령 국민투표가 시행된다 해도 그때까지 문제 인사들을 내각과 청와대에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권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재신임을 얻는 데도 그게 도움이 될 것이다. 통합신당 의원들조차 '선(先) 쇄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데 청와대는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이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지금이라도 여론을 수렴해 국정쇄신과 인적개편을 단행하는 것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책무다. 그래야 재신임 정국을 맞아 어수선한 공무원 사회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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