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도 직배 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몇년새 국내 뮤지컬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브로드웨이산 뮤지컬이 직수입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14일 서초구청과 자매결연한 뉴욕시 맨해튼구(Borough)는 그 첫 사업으로 투자금 3천만달러(약 3백60억원)를 들여 서초구가 제공하는 땅에 대형 뮤지컬 전용극장(가칭 '아트센터')을 짓기로 했다.

이 극장은 총 3개관(3백석.4백석.8백석)으로 2005년 완공될 예정이며, 향후 맨해튼구가 지정한 미국의 공연기획팀이 들어와 20~30년간 운영한 뒤 서초구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이는 뮤지컬의 본산인 브로드웨이 작품들은 물론이고 해외의 공연 작품을 직배로 들여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전액이 해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한 공연 기획자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앞장서 외국기업의 돈벌이를 도와주는 것은 불공정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운영 방식이나 프로그램을 충분한 토론과 공청회를 거쳐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뮤지컬의 직배는 많은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유수의 해외 뮤지컬에 대한 선호로 국내 소규모 창작 뮤지컬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해외 작품을 베끼거나 엉성하게 개작한 작품이 발을 못 붙이고, 해외 뮤지컬에 대한 로열티 경쟁을 하지 않아 관람료를 떨어뜨리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에이콤 윤호진 대표는 "해외 작품의 직배는 예상했던 바다. 좋은 작품으로 이에 맞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