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희의건강예보] 취중 실수, 용서 안 되는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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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징검다리 연휴도 끝나고 이번주엔 대부분 바캉스에서 돌아온다. 다시 돌아온 일터에선 새 출발을 다짐하는 회식 계획이 많게 마련. 또 회식 자리엔 흥을 돋우는 음주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기분 좋은 단계를 넘어 과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특히 취중 실수, 폭음, 강제로 술 권하기 등에 대해 관대한 우리나라에선 심각한 음주 문제가 많다. 성추행.폭력.음주운전 등 불법 행위까지 '술김에 그만…'이란 말로 무마되기도 한다.

이런 음주 문화 탓에 국내 성인 중 알코올 남용자가 16%, 알코올 중독자가 10%나 된다. 4명 중 한 명은 술 때문에 심신의 질병을 앓는 셈이다. 의학적으로 취중(醉中) 실수에 대해 면죄부를 씌울 근거는 없다.

중추신경계 억제제인 알코올은 1~2잔을 마시면 약간 흥분되면서 자신감도 커지고 해방감을 맛본다. 평상시 본능과 욕구를 억제하던 기능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 맥주 2병(혹은 와인 한 병, 폭탄주 4~5잔) 이상 마시면 사고력.판단력.자제력 등이 떨어지고 초조감과 공격성이 나타난다. 의학적으로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인데 언제라도 무리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회식하는 도중에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거나 비틀거리는 친구나 동료에 대해서는 긴장하고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취중에는 마음속에 없던 말과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평상시 내재(內在)된 성격과 행동이 강화돼 나타난다. 취중 실수가 '술김에…'란 말로 용서되기 힘든 이유다. 취기(醉氣)는 몇 시간~반나절까지 지속된다.

주량과 음주 속도, 혈중 알코올 농도 등은 개인차가 크다. 우선 자신의 주량을 알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는 태도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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