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단지 재건축 '일단멈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재건축 시장의 대표 주자 격인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가 흔들리고 있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상업지역으로의 용도 변경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하려면 아파트의 안전 여부 등을 조사하는 안전진단 관문부터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단지는 지난 3월 실시된 예비안전진단에서 재건축할 필요가 없다는 '유지.보수'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25일부터 안전진단기준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에 안전진단 통과는 멀어졌다.

일부 주민은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재건축을 미루자는 입장이다. 현행 규정 아래서 재건축할 경우 전체 가구의 60%를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으로 지어야 한다. 또 임대주택도 만들어야 한다. 34~36평형(3930가구)만 있는 중형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자기 돈(추가 분담금) 들여 소형 아파트를 짓는 걸 반길 리 없다.

상업지역으로 바뀌리라는 희망도 많이 사라졌다. 지난 5월 공군이 비행안전을 문제 삼아 제2롯데월드 조성에 반대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단지 앞에 제2롯데월드가 조성될 경우 상업지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 아파트 34평형 매매값은 지난해 9월 8억원대 초반에서 올 4월 11억원대 중반으로 급등했다.

이같이 개발 기대감이 사그라지자 한동안 잠잠하던 리모델링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리모델링 준비모임 정문길 총무는 "현행법상 불가능한 재건축 대신 현실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리모델링에 관심을 갖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일부 주민은 리모델링 준비모임이 리모델링의 장점만을 부풀려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추진위 박춘남 사무국장은 "전 주민의 66%가 찬성해야만 리모델링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주공5단지의 시세는 5월 이후 두세 달간 내림세를 보이며 재건축 시장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잠실동 삼성공인 이문형 사장은 "5월 말 12억원까지 하던 34평형의 호가가 10억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며 "다만 최근 들어 저가 매물이 솔솔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