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향」(광주시 금남로 2가) - 담백한 복요리‥‥튀김·회·죽 등 종류도 다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내가 자주 찾는「구미향」(광주(27)7856)은 복요리 등을 하는 곳인데 분위기가 차분하다는 점이 우선 좋다. 음식맛이란 분위기가 상당한 작용을 함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 우선 종업원들의 단정한 옷맵시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상냥스런 얼굴, 그리고 친절한 여주인에게서 그 음식점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내가 이곳을 즐겨찾는 또 하나의 까닭은 음식이 정갈한데다 맛깔스러운 밑반찬이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나물음식도 일품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집의 자랑거리 가운데 으뜸은 철따라 바뀌는 젓갈이다. 짭짤한 젓갈이 혀를 자극하는 그 맛은 남도사람만이 참맛을 느낄수 있는 향취같은 것이다.
이 집의 자랑으로 또 하나 손꼽을 수 있는 것이 복요리다. 복요리는 우선 먹기에는 조금 꺼림칙하나 숙달된 조리사가 만들어내는 복 튀김·복회는 담백한 맛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찾게 마련이고, 술마신 뒤 위장을 달래는데는 이 집의 복죽을 빼놓을 수 없다.
복껍질을 말려서 무친 복껍질요리 또한 이 집 술안주로 독특한 맛을 선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차분한 집 분위기에 취해 도시의 먼지를 터는 기분으로 음식을 들다보면 어느새 정갈스런 음식에 반하는 것이 이 집의 특색이다.
광주시 동구청 바로 뒷골목에 위치해 술꾼뿐 아니라 정다운 벗들과 어울려 회포를 푸는 길목노릇을 하고있는 셈이다. 다른 지방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는 광주의 은은한 정취까지 맛보게 할수 있어 더욱 제격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