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음색·리듬의 생동감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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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금 한참 민주화의 열기에 싸여있는 체코에서 음악의 사신이 왔다. 지난 9일과 10일 프라하심퍼니오키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그것이다.
체코는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라는 세계적 작곡가를 낳은 나라다. 자기 나라가 낳은 작곡가의 작품을 자기 나라사람이 자기 목소리로 남의 나라에서 열연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외국어의 발음은 그것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모국어에 비해 부자연스럽다. 모국어 발음은 저절로 되는 것이지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 프라하심퍼니의 체코음악 연주는 저절로 되는 음악적 행위의 산물로 우리들의 가슴을 참으로 뜨겁게 했다.
체코인이 체코말로 정담을 나누는데 한국인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보고 한국인이 한국말로 정담을 나눌 때에도 체코인의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러한 한국음악문화의 꽃이 피었으면 싶을 정도로 그들이 부러웠다.
현의 음색이 솜같이 부드럽고 관악기 군이 오르간 같은 유연한 음향을 만들면서 그들은 음악을 잘도 만들어갔다. 생동감 있는 리듬과 화려한 화성적 색채감은 음악적 조화의 도를 한없이 높이고 있었다.
우리가 모두 잘 아는 『신세계』의 연주를 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교향악단이라는 것이 여러 개의 명기가 아니라 지휘자에 의해서 응결되고 있는 하나의 악기라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믿는다. 프라하심퍼니는 지휘자 벨로흐라벡 한 사람의 훌륭한 악기였던 것이다.
이경숙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연주도 참으로 뛰어났다. 세계적 대교향악단과 협연하는 경우 독주자는 예외 없이 음악 내적 혹은 외적 이유에서 위축됨으로 해서 기를 펴지 못한다. 그런데 이경숙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이강숙 교수<음악평론가·서울대>
이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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