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 헌법조항 수정할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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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스크바 로이터·AFP·UPI=연합】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9일 소련헌법에 명시된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의 개정을 주장하는 급진 개혁주의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는 있으나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과 개방정책을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현행헌법의 일부 조항들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구체적으로 「당은 소련사회의 주도적·선도적 세력이며 정치제도의 핵」이라는 헌법 제6조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이날 개막된 공산당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최대의 현안으로 부상한 헌법개정 문제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개혁의 속도를 가속화하라는 급진개혁주의자들의 요구는 공산주의자들의 사기를 꺾으려는 음모에서 나온 것인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보수파 위원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의 정책을 계속 비판할 경우 서기장직을 내놓겠다고 제안했으나 고급 당료들이 즉각 지지를 표시하는 바람에 이를 철회했다고 한 참석자가 10일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토론에서 보수세력들이 서방측과 평화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심한 비판을 하자 격노했으며 중앙위의 전체의견이 그렇다면 사임하겠다고 제의하자 지지세력들이 연이어 등장, 고르바초프를 두둔하는 바람에 이 문제는 일단 마무리됐다고 한참석자가 전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이어 당면한 국내문제를 조속한 시간 내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소련공산당 간부들도 현재 동구 공산권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당하는 꼴과 같은 처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당 수석이론가 바덤 메드베데프는 이날 당 중앙위 전체회의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내년 10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대비, 1월 당 중앙위 특별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공산당의 우위를 명시한 헌법조항을 강압에 의해 재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며 『감정에 이끌려 행동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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