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농촌 한숨짓는 소리만…|농축산물값 "폭락 3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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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연말 농촌에 각종 농축산물 가격이 폭락, 3중고가 덮쳤다.
김장철인데도 무·배추가 예년값의 3분의1수준으로 폭락했는가 하면 돼지값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30%쯤 떨어졌다.
강원도의 경우 고랭지 감자는 지난해 값의 반값에도 팔리지 않고 쌓여있으며 젖소 분유 체화량이 예년에 비해 7.5배나 늘어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채소의 경우 올해 날씨가 좋아 대풍을 이뤘으나 시민들의 생활패턴 변화로 김장을 한꺼번에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며 돼지고기의 경우도 사육은 급증한 반면 식생활마저 바뀌어 돼지고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장채소=농림수산부가 10월말 현재 잠정 집계한 올 생산량은 무가 3% 늘어난 1백18만t, 배추가 9% 증가한 1백88만t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생산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지인 전북 정읍지방에서는 배추1접에 상품의 경우 지난해 8만∼9만원을 호가하던 것이 올해는 3분의1도 안되는 2만5천 원까지 폭락했고 3만원을 넘던 무 상품1접도 4천5백원에 불과하다.
또 경남·전남 등지에서 배추 1포기 4백원, 무 1개 3백∼4백원씩에 선매했던 서울가락동 채소상인들은 4.5t 1트럭을 싣고 오려면 운임 25만원과 작업비 등을 합쳐 80만원 정도 들어가지만 서울에서 1트럭에 50만원밖에 못 받기 때문에 오히려 30만원 정도 손해를 보게돼 아예 출하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돼지=10월말 현재 사육돼지수는 5백46만7천 마리로 연초에 비해 47만3천 마리나 늘었다.
이 때문에 돼지 지육 1kg값이 7일 현재 1천4백1원으로 지난해 12월의 평균값 1천9백74원에 비해 30%정도인 5백73원이나 폭락했다.
경남지방은 현재 90kg짜리 1마리에 7만8천 원까지 떨어져 1년새 4만3천 원이나 폭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남지방 적정사육 마리수가 60만2천 마리인데 비해 현사육마리수는 오만 마리나 되기 때문이다.
전남지방 역시 90kg 1마리에 7만4천원 선이다.
◇젖소=11월말 현재 55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어 1년새 7만 마리나 늘었다.
이 바람에 강원지방은 초산 젖소값이 지난해 2백70만원에서 2백40만원, 경남은 1년새 50만원 떨어진 2백20만원까지 내려갔다.
또 젖소증가로 우유생산이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보다 28% 늘어나 분유 체화량은 무려 7.5배 늘어난 7백35t이나 돼 축산농가들은 2중고를 앓고 있다.
전남은 하루 산유량 15kg이하의 젖소를 도태시키기로 하는 한편 축산농가에 대해 5∼10%씩 감축시킬 것을 종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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