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조치훈의 백50은 무슨 뜻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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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제3보(36~50)]
白 9단 趙治勳 | 黑 5단 元晟溱

조치훈9단의 바둑은 난해하다. 그는 공격하지는 않는다. 주로 쫓겨다닌다.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고 살기 위해서 고투한다. 하여 그의 바둑은 일명 '고뇌의 바둑'이라 불린다.

이 바둑도 흑은 두텁고 백은 어딘지 엷다. 그러면서도 백△의 헤딩은 조치훈 특유의 격렬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 백?에 대해 원성진5단은 가볍게 흑▲로 씌웠는데 이 수가 무심한 호착이었다.

趙9단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헤집으며 고심하다가 36, 38로 찌른다. 그리하여 44까지 한점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이번엔 元5단이 45로 뻗어 날카롭게 응수를 묻는다. 사실 백의 응수는 46밖에 없었고 이 한수의 교환으로 44쪽으로 머리를 내민 백의 움직임은 크게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 다음 47의 씌움. 이 수로 흑은 다시 두터움을 회복했다.

두 사람의 신경선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국면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바로 이때 趙9단의 48이 기름을 부었다. 이 수는 흑이 A로 막을 때 밑으로 넘어가겠다는 뜻이다. 백이 넘어가버리면 모처럼 둔 흑45는 무가치해진다. 趙9단은 바로 그점을 노리고 있다. 그건 안된다며 元5단이 49로 반발했다.

백은 이제 '참고도'처럼 돌파하는 길뿐으로 보인다. 그러나 趙9단은 돌연 50으로 뚝 끊어왔다. 무슨 뜻일까. 프로들이 모두 입을 벌린 채 멍한 모습이다. 아무튼 조치훈의 바둑은 난해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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