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 과학기술협력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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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늘날 역사의 초점은 유럽에 쏠리고 있다. 정말 변해도 많이 변하고 있다. 동서 이념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리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이렇듯 무너지고 유연해지는 역사의 흐름에 반해 과학기술의 벽은 무너지기는커녕 보다 두텁게 쌓이고 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그것이 연구·학술적인 차원을 넘어 자국의 외교적·경제적 권익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국력 신장의 최선의 방도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보이지 않는 블록들의 각축장이 유럽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블록, 서구의 EC블록, 그리고 동구블록이 지리적·혈연적 여건으로 어울려 소용돌이치는 곳이 바로 유럽이라 하겠다.
지난달 30일 노태우 대통령과 미테랑 대통령간의 한 불 정상회담에서도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증진과 92년 EC통합 이후의 양국간 협력관계에 관해 논의했다고 매스컴은 전한다. 또 한불 과학기술 장관회의에서도 과학기술분야 교류와 협력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 과학기술 도입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이론과 과정을 중시하는 프랑스 기술을 접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프랑스는 EC블록의 핵심국가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흡족하지 않아 언제나 경제성을 중시하는 과학 접근법이 뚜렷하다. 우리의 고유기술을 개발, 창출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식 접근방식이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번 양국 과학기술 장관회의의 결과는 21세기 과학선진국 진입이라는 우리의 대 명제를 성취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유럽의, 특히 프랑스의 우수과학기술을 접촉하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창출하는 길이 보다 넓게 열릴 것으로 믿는다. 김하진<아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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