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태고종 30년 재산다툼 해결 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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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불교 조계·태고종간의 30년 분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양 종단은 사찰소유와 재산문제를 둘러싼 다툼을 종식시키기 위해 대표단을 구성, 세부문제를 논의해왔는데 조계종 중앙종회측이 지난달 25일 종회산하 중흥불사추진 11인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종하 스님)가 태고종측과 상의하여 마련한 안을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해결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조계·태고종간에 합의된 안은 ▲전남 승주의 선암사는 재단법인을 구성해이사 수를 조계종 7인, 태고종 6인으로 하고 이사장을 조계종 총무원장이 맡아 운영하고 ▲서울봉원사는 사유지를 5대5로 분할관리하며 ▲기타 분규사찰은 양측에서 다시 실무대표를 구성, 법적 문제를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이 같은 안을 수용함으로써 양측은 선암사재단법인 설립에 따른 정관개정문제, 봉원사 사유지분할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8일께 첫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양측은 재산처리 등에 합의하는 명분을 불교중흥사업에서 찾고 있다. 불교방송·승가대학·불교병원 설립 등에 많은 재원이 필요하며 그 재원마련에 분규사찰문제 해결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불교계의 공통인식을 끌어낸 것이다.
50년대 불교정화를 두고 시작된 비구·대처승간의 다툼은 지난 70년 한국불교 태고종이 대처승단으로 창종됨으로써 법통을 비구승단인 조계종이 갖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사찰소유에 있어 법적으로는 조계종소속이면서 실제 점유는 태고종이 하고 있는 봉원사·선암사 등 많은 사찰이 있어 사찰 소유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져 양 종단은 물론 불교 전체에도 큰 손실을 가져왔다.
또 현재까지 10여개 사찰에 대해 재판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양 종단은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분규사찰문제타결을 위해 여러 번 만났으나 양측의 이해가 엇갈려 결실을 얻지 못했다.
이번의 타결은 불교방송국의 설립 등 불교계에 일고 있는 큰 변화를 배경으로 서로 한발씩 물러나서 실익을 추구하는 선을 찾아내 이루어지고 있어 합의안의 실현가능성이 높다.
이 타결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계종 원로회의의 추인이 필요하며 중앙종회는 그 같은 추인과정을 밟기로 결의했다.
현실적인 타협보다 원리원칙을 앞세우는 원로들의 태도가 문제지만 이번의 경우 원로들도 유연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수습안 마련과 관련,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은 『재산처분 등이 최선의 타결은 아니나 불교중흥의 대의를 위해 재원마련이 필요한 만큼 양측의 합의로 재원이 확보되고 분규도 타결될 수 있으면 다행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태고종 이영무 총무원장도 『조계종의 특위가 마련한 안이 중앙종회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분규종식과 불교중흥차원에서 타협안이 실무적으로 잘 처리되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태고종도 곧 중앙종회를 열어 타협안을 받아들이는 결의를 할 예정이다.
불교인들은 양 종단의 오랜 분규가 타결되게 된 것을 환영하면서 『막대한 재산처리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처리되는 재산이 불교중흥이라는 목적 외에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양 종단이 노력해야하고 불교인들도 이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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