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주 인수차액증여세 부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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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상 최고 금액의 증여세 부과를 둘러싸고 국세청과 한국화약 그룹이 법정에서 한판 승부를 가리게 될 공산이 높아졌다.
더구나 한국화약 그룹에 물린 증여세 2백21억여원은 실권주 인수에 따른 시세차익에 대한 첫번째 과세라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즉 기업의 유상증자 때 구주주가 인수를 포기한 신주(실권주)를 무더기로 인수해 차익을 남긴데 대해 증여로 간주, 증여세를 물린 것은 이같은 실권주 인수가 상장회사들 중에 빈번한 터여서 증권업계에도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예컨대 기업이 유상 증자를 할 때는 상호출자 한도 제한 등으로 법인이 신주 인수권을 포기하는 사례는 흔히 있어왔다.
국세청은 지난 1월 한국화약그룹의 김승연 회장이 지난 86년부터 88년 사이에 계열사인 제1증권 등의 증자에 따른 실권주 2백52만주를 인수 99억6천8백70만원의 평가차익을 내고 동생 호연씨와 임직원도 실권주 인수를 통해 차익을 낸데 대해 증여세로는 사상 최고 금액인 2백21억3천1백 만원을 추징했다.
이에 대해 두 형제는 ▲실권주 인수가 적법한 이사회 결의로 이뤄졌고 ▲팔지도 않은 주식에 대해 시세차익을 계산,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전제, 지난 3월 국세청을 상대로 국세심판소에 심판청구를 했다. 이같은 불복 심판청구에 대해 국세심판소는 아직 최종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지난 3개월간의 심리 끝에 심판관 회의를 열어『청구인 쪽이 주장한 불복 사유가 이유 없다』고 기각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화약측은『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아직 국세심판소로부터 정식으로 통보를 받지 못했으나 통보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아무튼 법정싸움으로 번질지 여부는 전적으로 한국화약측에 달렸지만『그 동안 실권이 발생했을 때 대주주가 떠 안음으로써 생긴 손해는 생각하지 않고 이익이 난 것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동사가 행정소송을 낼 공산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입장은 단호하다. 실권주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상속세법34조4항)에 따라 과세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증여세액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없지 않지만 당시 시가가 3만8천원 하던 제1증권의 실권주를 발행가 1만2천7백원에 무더기 인수, 엄청난 차익을 남기며 제1대주주로 올라선 김 회장은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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