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로비 '딩~하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달 입국한 중국인 A(29.여)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대수술을 받았다.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흡입한 지방을 이마.턱.관자놀이 등에 이식, 얼굴을 확 바꿨다. 유방도 확대하고 코도 높였다. 전체 성형수술비는 1천여만원. 그러나 A가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A의 아버지는 중국의 공기업 사장. 그와 거래하는 한국의 무역회사가 일체의 비용을 댔다. 새로 거래를 튼 데 사례하는 새로운 형태의 '접대'다.

중국인 거래처에 성형수술 접대가 성행하고 있다. 한류(韓流)를 타고 중국 여성들이 한국 대중문화 스타를 동경하는 심리를 이용, 거래처 자녀를 특정 탤런트.가수를 닮은 얼굴로 고쳐주며 '관시(關係)'를 맺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B 성형외과 원장은 "유명 대기업이 중국 회사 경영진 딸의 성형 수술비를 대신 내 준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C 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중국 상류층 인사들이 집단으로 한국 거래처 직원을 앞세우고 압구정동 일대의 성형외과를 돌며 상담해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성형수술 접대는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강남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중국 거래처 경영진의 자녀나 배우자를 한국에 초청해 성형수술을 시켜주고, 영수증을 끊어 직원 복리후생비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의 중국파트 관계자는 "중국 사업은 인간관계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양한 접대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며 "자녀 성형수술은 물론 해외유학비를 대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중국 거래처 사장이 중국TV에 등장한 모 여자 연예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졸라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이같은 강남의 성형수술은 최근 관광상품으로도 등장했다. 이달 초 한 관광업체는 중국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1백80명의 성형관광단을 모집한다며 서울 강남.서초지역 성형외과에 협조 공문을 뿌리기도 했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