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공산당 강경파 퇴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프라하 AP·로이터=연합】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은 25일 밀로스 야케스 공산당 서기장을 포함한 7명의 정치국 고위간부를 축출했다고 국영 체테카(CTK)통신이 보도했다. 새 서기장에는 정치국원 카렐우르바네크(48)가 선출됐다. <관계기사 3, 4면>
이 통신은 이날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1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13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야케스 당 서기장·후사크 대통령·얀포지크 당 이론 담당서기 등을 포함 한 7명을 축출했으며 3명의 정치국원을 새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반체제 세력과의 대화를 꾸준히 주장해 온 아다메치 총리가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아다메치 총리는 그 동안 야케스 서기장이 사임하는 경우 차기 서기장 물망에 강력히 올랐었다.
이 통신은 이날 우르바네크가 중앙위 회의에서 비밀투표로 선출됐다고 전했는데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2개 공화국 중 하나인 체코 공화국의 당무 담당 책임자로 일하다 중앙위 위원을 거쳐 지난해 정치국원이 된 우르바네크가 당 서기장직에 전격 선출된 사실은 지난 68년 반소민주화 운동을 바르샤바 조약군이 유혈 진압한 후 들어선 보수 강경파 지도자들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르바네크가 당 서기장에 선출된 것은 또 최근 1주일 째 대규모 시위를 벌여온 시민들의 개혁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이날 중앙위 회의가 열리는 동안 지난 68년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당시 당 서기장 두브체크(67)가 수도 프라하 중심가의 바츨라브(웬체슬라스)광장에 운집한 30만 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가졌다.
두브체크는 자신이 축출된 후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낸 이날 연설에서 환호하는 시위대에『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의 이상은 신세대 체코슬로바키아인의 마음속에 살아있다』고 이른바「프라하의 봄」당시 자신이 주도한 개혁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유명한 구절을 되새기면서『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는 암흑 속에서 살아왔다. 이제 광명 속에서 행동을 개시하자』고 외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