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 경제 진출 새 디딤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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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체코슬로바키아가 무역 사무소의 교환 설치와 함께 동구권 국가 중 최초로 현지법인 형태의 종합 무역 상사를 한국에 설치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보여준 체코의 보수적 성격에 비하면 무척 놀라운 일이다.
사실 체코는 높은 경제 수준과 견실한 교역 구조, 한국과 보완적인 산업분야의 발달 등으로 일찍부터 대동구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대한 무역 진흥 공사도 동구 국가와 교섭에 나서면서 제일 먼저 체코에 접근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난 82년부터 체코제 섬유직기 약7백만 달러 어치가 구상 무역을 통해 국내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동구 국가 중 우리와 제일먼저 민간 경제 교류를 시작한 체코는 경제 체제에 대한 자신감과 북한과의 유대 관계를 내세워 공식적인 관계로의 발전에는 지극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봤다.
따라서 외국 언론들 특히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대동구 접근책이 체코나 동독·루마니아에서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왔다.
17일 무공과 체코 상의간의 협정 체결장에 일본의 각 매스컴이 이례적으로 대거 출동, 인터뷰를 하는 등 관심을 표명한 것은 한국의 대동구 진출의 속도가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이제 동구 시장에서 한국이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음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야쿠베치 체코 상의 회장은 체코는 체코식 페레스트로이카를 이미 3년전부터 시행해왔고 신합작 투자법 등 40여개의 법률을 완비해 세계의 어떤 시장과 비교해도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곳은 아니라며 한국기업들의 체코 진출을 요망했다.
현재 국내 업체 중 체코에 지사를 설치한 곳은 대우 1개사 뿐이다.
그러나 양국간 거래를 활성화 하기 위한 조건들은 대체로 완비돼 코레스(환 거래)계약을 체결한 국내은행은 서울 신탁은행, 국민은행, 조흥은행등 3개사가 있다.
88년 양국간 교역은 3천4백만 달러였으나 89년엔 비약적으로 신장돼 상반기에만 3천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양국간 교역의 주요 품목을 보면 한국은 섬유계 의류 VTR, TV 전자레인지 자동차등을 수출했고 섬유직기 공작기계 볼베어링 크리스틀 제품 유기화합물등을 수입해 왔다
체코는 특히 한국의 섬유 산업 장기 발전 계획에 따른 노후 장비의 대체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 양국간 교역은 이 분야에서부터 활성화될 전망이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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