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미룬 중국 공산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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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등소평이 10년 간 조심스럽게 추진해온 중국의 경제개방·개혁정책이 지난 6월 천안문사태로 급정거한 이래 외부세계의 관심은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개혁정책을 후퇴시킬 것인가 또는 보다 완만한 속도로라도 계속할 것인가에 쏠러 왔다.
그에 대한 해답의 일부가 9일 폐막 된 중국 공산당 중앙위 전체 회의에서 나왔다. 그것은 어느 한쪽으로도 급선회하지 않는 중도노선을 지향한다는 것으로 일단 집약 될 수 있다.
천안문사태의 최고 책임자인 등소평이 당군사위 주석자리를 상대적으로 온건한 강택민에게 물려주고, 천안문사태로 실권을 장악한 양상곤 국가주석이 개혁파로 낙인찍혀 밀러난 조자양이 맡고 있던 군사위제1부주석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권력 상층부의 인사개편은 온건파를 격상시키는 동시에 강경 보수파의 입지도 어느 정도 살려주는 절충식을 핵심으로 한 묘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이번 중앙위 전체회의는 중국이 앞으로 나아갈 개현 문제에 있어서 어느 한쪽으로도 분명한 방향을 정하지 않고 적어도 등이 생존해있는 한 정경분리의 원칙 아래 경제개혁은 천안문 이전보다 조심스럽게 추진하되 정치개혁은 엄격히 통제한다는 의사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강령을 보면 중국이 추진해온 경제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다. 천안문사태 이래 외부에서 우려했던 중앙집권체제와 계획경제체제의 재 도입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그런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등의 퇴장 이후 권력의 중심이 강경 보수파이며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양상곤 일가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런 가능성은 강택민이 등의 지원으로 갑자기 부상한 인물로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로도 뒷받침 된다.
우리는 그와 같은 중국내 권력의 갈등 속에서 등이 추진해온 실용주의 노선이 결국은 득세하게 되는 것이 중국자체를 위해서는 물론 우리의 북방정책과 아시아의 발전 및 평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안문사건의 오점에도 불구하고 강택민이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기간만큼은 등소평이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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