뜀박질 「야구」 게걸음 「축구」|프로스포츠 명암 갈수록 깊은 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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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야구는 경쾌하게 치닫고 있으나 축구는 게걸음을 치고 있다. 국내 양대 프로스포츠의 명암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있다. 제8구단의 창설까지 순조롭게 진척, 91년도엔 본궤도에 오르는 야구는 95년부터 모든 구단이 확실한 흑자경영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축구의 경우 축구협회가 주로 국가대표팀 운영에 매달려 프로구단들과 전혀 긴밀한 관계를 이루지 못한 채 프로리그의 착근(착근)을 위한 창의적인 노력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당장 내년시즌 프로야구가 진일보의 약동을 할 것이 명백한 반면 프로축구는 한층 더 위축과 파행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텅 빈 스탠드. 열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라운드. 툭하면 터지는 그라운드의 불상사.
오늘의 프로축구를 나타내고 있는 단면들이다.
축구인 대부분은 여전히 축구가 국내제일의 인기스포츠라는 자만심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협회와 구단은 무사안일과 근시안적인 자세로 일관, 프로축구는 채 자라기도 전에 시들고 있는 현상이다.
올해 프로야구가 4백20게임에 2백88만3천6백69명(게임당 6천8백66명)의 관중을 동원한 반면 프로축구는 1백20게임에 54만9천3백60명(게임당 4천5백78명)밖에 안 돼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 협회와 구단은 이런저런 구실로 축소 지향적인 미봉책에만 급급하고 있다.
호남팀 부재와 지역연고권 약화로 가뜩이나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협회는 각 구단의 연고지를 내년부터 시·도에서 시로 축소해 현대를 울산으로, 럭키금성을 서울강남으로 옮김에 따라 지역연고 의식이 더욱 사라지게 함은 물론 영남·수도권의 편중현상을 초래하면서 강원·충청·호남 등 대부분의 지역을 공동화시키고있다.
또 협회는 각 구단이 올해 연간 40게임을 소화해 본 결과 부상선수 속출과 대표선수 차출로 무리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30게임씩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구단들은 당장의 적자폭을 줄이는데 치중, 선수의 양성은커녕 신인선수들의 스카우트를 자유경쟁에서 드래프트로 바꾸고 계약금과 연봉을 대폭 삭감, 프로축구 쇠퇴를 자초하고 있다.
1차 지명신인의 경우 지난해 계약금 4천만원·연봉 1천8백만원에서 올해는 3천만원·1천5백60만원으로 대폭 삭감한 것이다.
현재 프로축구는 지역연고권확립·나이터시설·팬서비스 확대·홍보·관중확보 등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나 어느 것 하나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표류하고있다.
출범 후 7년 간 미몽을 헤어나지 못하는 프로축구는 구단주들의 모임한번 제대로 가져본 적도 없이 실권 없는 이사급들에 의해 눈치경영만 하고있는 실정이다.
축구협회는 지난해말 대대적인 공청회를 통해 축구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던 「축구중흥을 위한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하루라도 빨리 수립, 시행에 옮겨야 할 때다. <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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