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상 전달보다 범죄 잔혹성만 부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MBC-TV가 『수사반장』후속으로 매주 목요일 방송하고 있는 『80년대 10대사건 시리즈』가 「범죄를 통해 80년대의 사회상을 진단해본다」는 의미는 상실한 채 범죄의 잔학상만 보여줘 MBC가 스스로 포기한 수사물의 한계를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10편 중 두 편이 방송된 『10대 사건…』는 80년대에 발생한 주요사건을 통해 사건을 야기한 사회적 배경을 분석하고 설명하기보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사건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범죄행각을 재현하는데 급급한 인상이다.
첫 편으로 방송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88년의 집단탈주범 사건으로 이후의 범죄 행태에 큰 변화를 준 사건일 뿐만 아니라 경찰의 수사활동과 교도행정의 허점을 고발하고 비록 범인의 입을 통해서지만 우리 사회의 모순을 일깨워주기도 했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10대 사건…』는 복잡하고 방대했던 탈주범사건을 제대로 정리하는데도 역부족이었다. 탈주범들의 범죄행각을 단편적으로 처리하기에도 바빠 나름대로 일관된 흐름을 읽을 수 없이 번잡한 느낌만 주었다.
두 번째로 지난 2일 방송된 『황홀한 비상(비상)』은 사건선정에서부터 시청률만을 의식한 것으로 사회적 배경과는 무관했다. 82년 사진작가가 죽어가는 모습을 촬영하기위해 젊은 여자면도사에게 극약을 먹인 살인사건을 다룬 『황홀한 비상』은 비정상적인 인간이 저지른 센세이셔널한 범죄상만 부각시켰을 뿐이다.
범죄행위가 사회상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것이기에 이를 통해 거꾸로 사회를 비춰보겠다는 기획은 참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0대사건…』는 이러한 좋은 기획의도를 관행적인 흥미위주의 제작으로 말살하는 듯해 아쉽다.

<오병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