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스승 모욕하는 영화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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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녕하신가 OO고등학교 ×××선생. 학교 다닐 때 부모님 모욕했던 거 아직도 기억해. 잘 살고 있어, 찾아갈 테니까."

3일 개봉한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학교와 실명을 드러내놓고 교사들을 비난한 글이 여럿 올라와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릴 적 선생님에게 폭행.폭언을 당했던 제자들이 성장한 뒤 선생님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의 제작사는 최근 '나도 과거 선생님과 아픈 기억이 있다'는 제목의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선생님과 안 좋았던 기억을 글로 올리면 10명을 뽑아 예매권을 나눠 주는 행사였지요. 이에 네티즌들은 1만여 건의 글을 올렸고, 이 중엔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고 공부 못한다고 몽둥이로 때린 △△△선생에게 복수하겠다" "당신 때문에 죽고 싶었어" 등 심한 표현이 담긴 글이 상당수입니다.

문제는 해당 교사의 이름과 학교를 그대로 밝히고 있는 글이 수십여 개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명예 훼손의 소지가 충분하지요. 자신이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 편을 들었다며 실명으로 비난을 당한 한 교사는 "전혀 사실과 다른데 기가 막힌다"며 "영화제작사 측에서 글을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사 측은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올린 글인데 내용까지 우리가 책임지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이벤트는 끝났지만 지금도 게시판에 하루 20~30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영화 마케팅이라지만 교사에 대한 적개심을 무분별하게 부추기는 이벤트는 곤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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