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돌연 중국 방문|어제 오후-등소평 등과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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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방인철 특파원】북한 주석 김일성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하기 위해 5일 오후 4시쯤 (한국 시간 오후 5시) 특별 열차 편으로 북경역에 도착했으며, 덩샤오핑 (등소평) 중앙군사위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과 협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6일 일제히 보도했다. <관계 기사 3면>
중국과 북한의 보도 기관들은 김일성의 중국 방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들이 인용한 현지 소식통들은 특별 열차가 도착하기 1시간쯤 전부터 북경역 주변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는 등 삼엄한 보안 조치가 내려졌으며 4시가 조금 지나 최고 간부용 승용차인 홍기 15대를 비롯한 고급 승용차 50여대가 북경역을 빠져 나가는 것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북경역 직원들은 오후 3시쯤부터 역 주변 일대에 교통 통제와 보안 조치가 취해진 가운데 중국 주재 북한 대사의 공용차 등 수십대의 고급 승용차가 출영, 손님을 태우고 국빈이 묵는 조어대 쪽으로 사라졌다고 말하고 출영객 속에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성들이 눈에 띈 것으로 보아도 『차에 탄 손님은 북한 주석 김일성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한편 북경 주재 북한 대사관측은 김일성 방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서방 언론에 대해『질문에 답변할 만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북경 현지의 동구 소식통은 『김일성이 온 것이 틀림없다』면서 그의 돌연한 중국 비밀 방문은 북한측의 긴급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최고 실력자 등소평과의 회담에서는 최근 사회주의 일각에서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는 「2개의 한국」용인 움직임이 주요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일성의 중국 방문이 시거전 미 국무차관보의 북한 방문과 1일 헝가리에 이어 폴란드가 한국과 수교한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아 「2개의 한국」용인 움직임을 중국이 저지해주도록 요청하는 동시에 소련·동구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혁 정책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방의 한 관측통은 북한이 구체적으로 한국이 단독으로 유엔 가입을 신청할 경우 안보리상임 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주도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일성은 항공편을 싫어하여 중국 방문은 특별 열차 편을 통상 이용해 왔으며 이번 방문은 지난 87년5월의 공식 방문이래 2년반만의 일이다. 김일성은 82, 84, 87년 등 2∼3년 간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왔으며 그때마다 양국은 방문 사실을 사전에 발표, 성대한 환영 행사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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