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이 인간의 정직성 높인다

중앙일보

입력

비록 사진이라도 지켜보는 눈이 있을 때 사람들은 더 정직하게 행동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던져주고 있다고 가디언지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영국 뉴캐슬 대학 연구진은 물주전자와 차, 커피, 우유 등을 비치한 무인판매대의 돈통 위에 사람의 눈을 크게 부각시킨 흑백사진 포스터와 꽃그림 포스터를 매주 바꿔 붙이고 주별 매상고를 확인한 결과 눈 사진이 걸렸을 때 매상고가 평균 2.76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학교 동료들에게 실험 내용을 밝히지 않고 10주 동안 이런 실험을 한 결과 꽃 그림이 걸린 주에는 우유 1ℓ당 10~30펜스가 걷힌 반면 눈 그림이 걸린 주에는 ℓ당 평균 약70펜스가 걷혔으며 남자의 눈이 걸린 주에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이 걷혔다고 설명했다.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멜리사 베잇슨 박사는 진짜가 아니라도 지켜보는 눈은 사람들을 보다 정직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면서 이는 인류가 사회집단을 형성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형성한 행동특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 집단이 기능을 발휘하려면 각 개인이 이기적 목적보다는 집단을 위해 협력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만일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이익에 부합하지만 누군가 보고 있다면 보다 정직한 행동을 해야 다른 사람들로부터 협조적이란 평가를 듣고 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의 눈이 미묘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큰 차이를 낼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서도 남의 눈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눈과 얼굴이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반응을 보이게 된 강력한 생물학적 신호를 보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도 시민들의 정직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CCTV 카메라 감시중'이라는 표지판에 카메라 사진 대신 눈 사진을 붙이는 등 방법으로 "반사회적 행동을 줄이고 대중교통 요금 징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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