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많다고 자전거 통학 일률 금지…인권위 “선택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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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뉴스1

학교 주변에 자동차 통행량이 많아 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자전거 통학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학생의 자기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13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한 초등학교가 자전거 등·하교를 금지해 학생의 통학 수단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해당 초등학교는 “학교에 120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고, 학교 주변에 자동차 통행량이 많아 사고의 위험이 높다”며 “보호장구 착용 등의 교육만으로는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의견 수렴 등 과정을 통해 등·하교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해당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자전거 통학을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든 학생에 대해 일률적으로 자전거 통학을 금지한 것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反)할 수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학교 주변 자동차 통행량이 많다는 주장에 대해 “단순히 자전거 통학을 일괄 금지하는 등 학교 교칙으로 해결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협력해 안전한 학교 교통 구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등학교는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라며 “학생들이 자전거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교육 및 예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자전거 통학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초등학교에 일률적인 자전거 통학 금지를 하지 말고, 자전거 통학 허용 기준·대상과 안전 대책 등 운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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