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퍼지게 하는 단백질 기능 첫 규명

중앙일보

입력

특정 단백질의 결합을 억제하면 암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성희(37) 교수팀은 암 전이 과정과 관련된 '스모(SUMO)' 단백질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지인 '네이처 셀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스모'단백질이'렙틴(Reptin)'단백질과 결합하면 암 전이를 막는 유전자(KAI1)가 힘을 못 쓰게 된다. 반면 '렙틴'으로부터 '스모'가 떨어지면 KAI1이 활성화돼 암이 퍼지는 것을 막는다. '렙틴'은 암 전이를 부추기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역할을 하는지 규명되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두 단백질의 분리에 'SENP1'이라는 물질이 효소 역할을 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백 교수는 "스모 단백질이 암을 퍼지게 할 수도 있고,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성과"라며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을 골라서 공격하는 신개념 항암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서울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2000년부터 3년간 미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연구 교수로 일하는 동안 '네이처' '셀' '미국 학술원보(PNAS)' 등 세계적 과학지에 2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귀국 후 실험 시약이나 기자재 등을 빌려써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암 전이 억제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 냈다. 이 같은 연구성과로 마크로젠 신진과학상과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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