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 호르몬 잘만 쓰면 상큼한 제2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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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폐경기 이후의 삶이 소중해지고 있다. 폐경은 더 이상 여성 성의 상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폐경은 제2의 인생을 향한 출발점일 수 있다. 장수시대와 더불어 길어진 폐경기를 슬기롭고 건강하게 극복하는 요령을 알아본다.

◆폐경과 갱년기는 다르다=폐경은 난소 기능이 떨어져 생리가 끊어지는 현상. 인종.지역.키.체중.사회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48~55세(평균 51.7세)께 나타난다. 단 흡연 여성은 1~2년 정도 앞당겨진다. 반면 갱년기는 폐경은 아니지만 난소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45세부터 노년기 시작 전인 65세까지(20여 년간) 기간을 말한다.

따라서 폐경이 되지 않았다면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길어지는 갱년기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임신은 가능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서창석 교수는 "이 시기엔 난자가 노화돼 수정능력이 떨어지지만 임신을 유지시키는 황체 호르몬이 정상이기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려면 피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바뀐다=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10분의 1 이하로 급속히 떨어지면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에스트로겐은 배란 촉진뿐 아니라 생식을 위한 섬유아세포 증식, 혈관 생성, 뼈 소실 억제, 대장 종양 생성 억제 등의 역할을 한다. 안면홍조.불면증.초조.골다공증.성교통 등 증상은 여성호르몬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 폐경기 치료 목적도 여성호르몬 감소로 나타나는 증상을 줄여주는 데 있다.

◆호르몬 치료도 잘하면 득=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법은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공급해주는 호르몬 치료다.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을, 자궁제거 수술을 받았다면 에스트로겐만 복용하면 된다.

문제는 유방암(8명/1만 명).관상동맥질환(7명/1만 명).뇌졸중(8명/1만 명).혈전증 등 혈액응고 질환(18명/1만 명)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이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낸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여성호르몬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

하지만 여성호르몬 치료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우 교수는 " 호르몬 치료는 얼굴 화끈거림 등 갱년기 증상을 확연히 개선할 뿐 아니라 노년기의 골다공증 개선.골절 감소.대장암(직장암) 발생률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호르몬제 복용이 무조건 나쁘다고 포기하지 말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 상담을 거쳐 치료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

예컨대 간이 나쁘거나 혈전증이 있는 사람, 유방암 환자나 발생 위험도가 높은 여성은 호르몬 치료 대상이 아니다. 반면 자궁을 적출해 여성호르몬만 복용해도 될 땐 긍정적인 효과가 높다. 또 골다공증을 예방하면서 자궁내막이나 유방에는 자극이 없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 합성 호르몬 제제, 먹지 않고 붙이는 호르몬 제제 등 선택할 수 있는 약의 종류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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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섭취, 규칙적인 운동 필수=폐경기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우선 건강 식단에 주력해야 한다. 과식과 편식은 절대 금물이며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일은 건강한 노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칼슘과 무기질 공급을 위해 채소는 하루 한 접시 이상, 우유나 유제품(혹은 두유)은 하루 두 잔씩 마실 것을 권한다. 짜고 매운 음식.설탕.소금 등은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 만일 음식만으로 칼슘 보충이 불충분할 땐 칼슘제제를 매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빨리 걷기.춤 등 체중이 실리는 유산소 운동을 매주 3회 이상, 한번에 30~40분씩 해야 효과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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