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전기톱 휘두르는 광인"…英 공포에 빠뜨린 '나무 테러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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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 서쪽 엘름브릿지 마을. 누군가 나무를 밤새 베어버려 나무가 밑둥을 드러낸 채 쓰러져 있다.[BBC]

영국 잉글랜드 서쪽 엘름브릿지 마을. 누군가 나무를 밤새 베어버려 나무가 밑둥을 드러낸 채 쓰러져 있다.[BBC]

영국 잉글랜드의 한 시골 마을이 '나무 학살범'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누군가가 전기톱을 들고 밤마다 숲을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마을 주민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조를 짜서 야간 순찰까지 벌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전날 잉글랜드 엘름브릿지 지역에서 35그루의 나무를 벤 혐의로 24세 남성이 검거됐다. 하지만 이 용의자가 유일한 범인인지 다른 범인이 있는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전기톱 테러'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됐다. BBC에 따르면 범인이 휩쓸고 간 나무들은 대부분 웨이브릿지와 월튼 사이에 있는 템즈 강을 따라 늘어서 있던 것이다. 우거진 숲과 녹지를 자랑하던 엘름브릿지 주민들은 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었다.

1200명의 주민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만든 힘을 합쳤다. 페이스북 그룹 엘름브릿지 나무 지킴이(Elmbridge Tree Patrol)에 가입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범인의 흔적을 쫓았다. 페이스북 그룹 관리자인 롭 대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을 주민들에게는) 긴급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야간 순찰조를 짜 밤마다 순찰을 돌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적했지만 용의자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범인을 잡겠다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누구든 용의자일 수 있다'며 서로를 의심해야 했다. 주민 카메론 플린은 "사람들은 굉장히 혼란스러워했고 두려움까지 느꼈다"고 했다.

범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톱은 소음이 심하지 않은 종류로 추정됐다. 실험 결과 나무 한 그루를 베는 데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영국 잉글랜드 서쪽 엘름브릿지 마을. 누군가 나무를 밤새 베어버려 나무가 밑둥을 드러낸 채 쓰러져 있다.[BBC]

영국 잉글랜드 서쪽 엘름브릿지 마을. 누군가 나무를 밤새 베어버려 나무가 밑둥을 드러낸 채 쓰러져 있다.[BBC]

결국 경찰은 마을 주민들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지난 23일 용의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웨이브리지 인근을 수색한 결과 용의자의 집에서 전기톱과 나무 조각이 발견됐다.

범인 검거 소식에 마을은 우선 한시름을 놨다. 대시는 "범인을 잡기 위해 주말도 포기하고 개인 일정도 조정했다"면서 "지난 한 달 이 문제만 생각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붙잡혔지만 아직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테러를 당한 나무가 최소 50그루 이상인 만큼 추가 용의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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