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초 음주, 태아 뇌신경세포에 치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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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초기 여성의 음주가 태아의 뇌 신경세포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이 나왔다.

14일 경남 진주 경상대학교에 따르면 대학원 응용생명과학부 김명옥(42) 교수가 미국에서 발간되는 신경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 9월호에 '에탄올은 출생 전 흰쥐 뇌 연령과 뇌 부위의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발현을 억제한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임신된 암컷 흰쥐에게 10% 에탄올(일반 소주는 21-23%)을 희석해 입으로 투여한 뒤 임신 초기부터 말기까지 태아의 연령별, 뇌 부위별 변화상태를 연구한 결과 뇌의 신경관이 형성되는 임신초기에 이미 뇌신경 질환인 간질 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유전자(mRNA) 발현이 억제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신경전달물질 발현이 억제된다는 것은 신경세포가 형성되는 초기에 술의 섭취로 신경세포의 형성.분화.이동에 장애를 가져와 간질이나 학습저하 등을 초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아의 뇌는 인체장기 중 발생 초기부터 가장 빠른 증식과 분화를 보이는 기관이며 학습.기억.인지.사고(思考) 등 모든 것을 수행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성돼 신경세포끼리 항상 정보를 주고받는 종합통신망이어서 중요하다.

이 연구는 임신부가 임신됐는지 모르는 사이에 음주를 했을 경우 태아 형성 초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태아 알코올 증후군, 태아 기형과 같은 뇌신경계 장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김 교수는 "임신부가 음주를 하면 혈액을 통해 태아에게까지 에탄올 성분이 전달되며 해독기능이 없는 태아의 혈액에 알코올성분이 계속 잔류하게 된다"며 "이는 임신 초기에 술을 마시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뇌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뇌질환 실험모델에 이식해 뇌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 손상된 뇌신경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 신경재생물질을 찾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진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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