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안정 찾아가는데 …" 당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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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혹스럽다. (발표)전후로 아무런 언질이 없었다. 외국인 투자 유치나 경기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발언을 접한 후 "정부 정책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당혹감의 표현을 대신했다.

盧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과천 관가에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오후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국정감사를 받던 산업자원부와 농림부 공무원들은 국감보다는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심을 기울였다.

공무원들은 이라크 파병.농업개방.부안 원전센터 등 갈등 과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은 결과에 관계 없이 정책혼선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심초사했다.

재정경제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라 전제하고 "그동안 대통령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관료들이 노력해왔고 이제 겨우 안정 기미를 찾아가는데 무슨 일이냐"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당장 오늘 아침까지 고심했던 정책이 헛일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다면 국민들이 정부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냐"며 한숨지었다.

그는 이어 "정권 초기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가닥을 잡아서 원칙에 따라 틀을 만들어 가는 시기"라며 "경제가 안정이 돼야 하는데 이번 발언으로 향후 재신임 방법 등을 놓고 정치적 논쟁으로 또다시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농림부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과 후속대책 마련 등 일이 많은데…"라며 아예 고개를 돌렸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대통령이 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는지 이해가 잘 안간다. 하지만 대통령의 스타일로 봐서는 어떻게든 재신임을 물을 것으로 보여 결과에 따라 정치.경제적으로 파장이 작지는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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