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와 기사정리, 그리고 원고청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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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담당자와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집회의를 통해 기획을 마무리지었다면 이제 업무를 분담해 취재와 기사 집필, 그리고 원고청탁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탁원고와 취재원고의 비중은 균형을 이루는 지혜가 필요하다. 외부원고만으로 지면을 채우면 사내정보가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딱딱한 감이 들고, 내부원고로만 하면 지면의 다양성을 잃기 때문이다.

우선 취재에 나서기 전 정보수집을 위한 요령을 알아보자. 기사는 눈으로 생각하고, 귀로 조사하며, 발로 쓰라는 말이 있다. 정보는 많이 듣고 직접 눈과 발로 뛰며 얻어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보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가까운 정보로는 사내의 여러 인쇄물을 들 수 있다. 각종 통고문, 연락문서, 팜플렛 등은 그때그때 모아두고 기획의 힌트로 삼는다. 다음으로는 경영자나 경영실무자의 발언, 예를 들면 연두인사, 사내 중요회의에서의 발언, 직원연수에서의 격려사 등이 모두 참고가 될 수 있다. 또 공식적인 석상이 아닌 직원과의 가벼운 환담에서도 기사거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따라서 편집자는 당연히 경영자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한 귀를 떼면 안된다.

신문이나 잡지는 살아있는 뉴스원이다. 언제나 메모하고 스크랩하는 습관을 들인다. 정보는 그때그때 모으는대로 제목, 날짜, 출처를 명기하여 갈무리해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대 정보의 원천은 사람이다. 따라서 각 부서에 나름대로 친밀한 정보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원은 일과 후 또는 점심 등 휴식시간에 틈틈이 만나 자유로운 대화 가운데 필요한 뉴스의 힌트를 얻는다.

대화를 할 때는 타인의 발언을 절대로 비판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맞장구 쳐주면서 가능하면 많은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

취재의 요령

사람에 대한 취재는 충분한 사전조사와 면밀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해야 실패가 없다. 취재 후 묻지 못한 내용이 있다든가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러한 준비작업의 부족 때문이다. 원보의 경우에는 고발성 기사는 극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취재원의 협조를 얻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면 경멸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인적사항과 전문용어나 취재 내용에 대한 개념정도는 숙지하고 질문 사항을 메모한 뒤 취재에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또 상대방에게는 취재의 목적, 질문 요지 등을 미리 알려주고 방문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내용도 풍부해질 수 있다. 행사나 타기관 탐방과 같이 상황을 취재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이같은 상황은 다시 재현할 수 없으므로 장면의 분위기, 참석자 명단과 참석 인원, 발언내용, 진행 순서 등을 면밀히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또 요즘에는 시각적인 면을 강조해 사진이나 삽화, 통계 그래프 등의 비중이 높아지므로 편집된 지면을 머리에 그리면서 사진이나 삽화 등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원고는 좋은데 사진이 없어서 쩔쩔매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자의 사진은 다양한 포즈로 계절별로 준비해서 필요에 따라 사용하면 살아있는 원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별도의 사진기자를 둘 수 없는 병원은 편집담당자가 사진에 대한 공부를 따로 익혀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가족사진이나 예술 사진이 아닌 보도용을 찍는 것이므로 나름대로 신문에 나오는 사진을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일정한 공간이나 의료장비 등 정적인 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이 출연해 동적인 감을 살려야 현장감이 있고, 인터뷰용 인물 사진은 얼굴이 사진에 가득 찰 정도로 접근하여 여러 각도에서 얼굴 표정을 살려 필름에 담아야 한다.

취재한 기사를 쓰는데 5W 1H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를 드러나지 않게 하며 재미나게 엮는 것은 역시 피나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원보는 대부분 기획물이기 때문에 신문기사와는 다른 스타일로 읽기 쉽고 흥미있게 서술해야 한다. 요즘에는 서두부터 이야기식의 전개로 독자의 관심을 끄는 기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주간지나 잡지 또는 신문기사 중에 잘 쓴 것을 숙독하여 문장공부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고청탁의 요령

원고청탁은 크게 원내와 원외로 구분된다. 원내든 원외든 필자를 선정하는데는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우선 자신의 의견을 글로 표현하는데 나름대로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다.

말을 거리낌없이 잘하는 사람도 실제 글을 받아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원고를 받은 뒤 고민하기보다는 당사자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 써 놓은 글이 있다면 입수하여 살펴보는 등 필자 선정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청탁한 내용을 상대방이 제대로 파악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가능하면 말로 청탁을 하는 것보다는 양식화된 원고청탁서를 만들어야 한다. 원고청탁서의 양식은 따로 없으므로 다음 항목을 열거하여 인쇄된 것을 사용한다. ① 주제(특집이나 기획물의 경우) ② 제목 ③ 마감날짜 ④ 원고매수 ⑤ 게재면 ⑥ 필자 사진 여부 ⑦ 원고료 ⑧ 원고료지급을 위한 주소 또는 연락처 등을 명시하는 근거를 남긴다.

원고청탁에는 최고경영자라도 거리낌없이 할 정도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원장이 글을 쓸 시간이 없다거나 글재주가 없을 때는 측근으로부터 원고를 받는 수가 있다. 이 경우에는 쉽고 정확한 표현을 구사해 원고를 다듬은 후 원장에게 보이는 것이 좋다.

원고청탁 후 집필을 계속 요구하기 위해선 나름대로 요령이 필요하다. 예컨대 `원고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라든가, `좋은 원고를 받았다고 주위에서 칭찬을 받았다'는 등 사의를 표해 환심을 사두는 것이 좋다. 반응은 곧 의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원고가 주제를 벗어나거나 내용이 없을 때는 내용 수정에 대한 양해를 얻어 가공하고 또 재청탁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원보의 문장을 다듬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하도록 한다. 첫째는 원보의 독자층은 어느 매체보다 지식, 경험, 생활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읽는 층을 고려한 기획, 취재, 문장의 고급화를 꾀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처음 몇 문장에 독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원보는 휴지보다 못한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주의를 끌 수 있는 것들로는 일화나 명언, 실제 벌어졌던 사례, 주위사람의 이야기 등으로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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