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만 주고 피해자 안 줬던 ‘이것’… 경찰, 피해자보호노트 시범도입한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입구.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입구. 연합뉴스

 수사 단계에서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이 ‘피해자보호노트’ 도입에 나선다.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전국 경찰서에 배포된 ‘자기변호노트’를 통해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위한 노트(소책자)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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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해자 위한 소책자 도입 시범운영

자기변호노트와 피해자보호노트의 겉면. 이가람 기자

자기변호노트와 피해자보호노트의 겉면. 이가람 기자

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범죄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든 피해자보호노트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 피해자보호단체가 자발적으로 피해자보호노트를 만들어 이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관련 노트에 대한 검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피해자보호노트는 범죄 피해자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피해자 권리와 참고해야 할 내용이 적힌 19쪽 분량의 소책자다. 범죄피해가 발생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놓치기 쉬운 증거확보 등 주의해야 할 사항과 편파수사를 방지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등의 내용도 함께 담겼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만들어진 피해자보호노트에는 수사권 조정 이후 달라진 형사 절차 등의 내용이 빠져있어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며 “이르면 4월부터 서울에 있는 일선 경찰서 5곳에 피해자보호노트를 배포해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피해자 권리 구제와 인권 보장 큰 도움 될 것”

자기변호노트와 피해자보호노트의 내용 일부. 이가람 기자

자기변호노트와 피해자보호노트의 내용 일부. 이가람 기자

피해자보호노트를 만든 비영리단체 ‘피해자통합지원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런 경찰의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안민숙 조합 이사장은 “경찰서에는 이미 ‘범죄 피해자 안내서’가 책장에 비치되어 있지만, 이는 열람용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소책자가 직접 배포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며 “사건 발생 이후 시간 순서에 따라 수사 절차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노트가 제작된 만큼 앞으로 이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장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인가를 받고 설립된 이 단체는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자기변호노트’가 전국 경찰서에 배포된 상황에서 피해자를 위한 노트가 없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느껴 지난해 5월 피해자보호노트를 만들었다. 조합은 경찰과 연계해 범죄 피해자들에게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무료로 피해자보호노트를 제공해왔다.

자기변호노트도 검찰청 확대 시행

한편 경찰이 지난 2018년에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제작해 현재 전국 255개 경찰서에 배포한 ‘자기변호노트’는 올해부터 전국 65개 검찰청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이 노트에는 수사절차에 대한 안내를 비롯해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피의자 권리 소개와 수사과정을 적을 수 있는 메모란 등의 내용이 20쪽 분량으로 담겼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자 업무협약을 통해 전국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에 자기변호노트를 배부했고 전국 검찰청에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구치소 및 검찰수사 단계에서도 작동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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