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아이들 축농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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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왜 어른보다 감기에 잘 걸리고 축농증이 많을까. 우리 콧속에는 부비동이라고 하는 커다란 동굴이 있다. 이 부비동에 점액이 고여 염증이 생기는 것이 축농증이다. 그래서 한방에서도 콧속의 연못이라는 뜻으로 축농증을 비연(鼻淵)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부비동이 덜 발달해 콧물이 잘 고이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쉽게 콧물이 고여 썩는다는 뜻이다.

어린이가 축농증에 걸리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명랑하던 아이가 짜증을 부리거나 우울해지며, 쉽게 피로감을 호소한다. 이를 의학용어로 '비성(鼻性) 주의산만증'이라고 한다. 축농증에 걸린 아이들은 코를 킁킁거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체온을 재보면 정상이지만 속열이 있어 항상 덥다며 잘 때는 이불을 차낸다. 또 찬 음료를 좋아하고, 찬 곳에 몸을 대고 자려고 한다. 콧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기침을 하거나 편도선염이 잦고 코피도 잘 흘린다.

축농증은 소양인이나 태음인에게 많다. 소양인은 상초에 열이 많아 콧속 염증을 부추기고, 태음인은 비습한 체질로 호흡기가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방에서 축농증 치료는 상초의 열을 풀어주면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약을 쓴다. 예컨대 방풍.형개.황기.창이자 등을 주재료로 하는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이 대표적인 약재다. 어느 정도 열이 풀리면 양의 기운을 돋우는 황기.신이화.길경.백지 같은 약재를 가감한다. 태음인에게는 체질을 개선하는 태음조위탕(太陰調胃湯) 등을 처방한다.

축농증으로 주의력이 약해지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에겐 가정에서 맥문동이나 원지를 3대 1로 하루에 50g씩 넣어 끓여 수시로 마실 것을 권한다. 장복하면 코가 뚫리고 머리도 맑아진다.

한방 생약명으로 수세미를 사과락(絲瓜絡)이라고 한다. 수세미를 말려 약간 태운 뒤 가루를 내 하루에 3회 한 스푼씩 복용한다. 또 요즘 한창 열리는 수세미 생즙을 먹는 방법도 있다. 생즙을 하루에 3회 한 스푼씩 복용하면 코의 염증이 없어지고 부비동의 농도 제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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