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 감기약" 의약 갈등 불똥

중앙일보

입력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의 감기약에 대한 사용중지 조치가 이번엔 의사와 약사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사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PPA처럼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성분이 든 약을 자신들의 처방이 필요한 약으로 바꾸자는 주장이고, 약사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5일 성명서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지적된 의약품을 버젓이 판매하도록 한 데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의약품 전면 재분류를 추진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약사회 관계자는 "2000년 PPA 함유 약품이 문제가 된 이후에도 의사들이 이 약을 처방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느냐"면서 "PPA 문제는 약품분류의 문제가 아닌데도 의사협회가 전문약으로 전환하자는 속셈이 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나뉜다. 2000년 7월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약을 분류할 때 전문약을 많이 가지려는 의사와 일반약을 늘리려는 약사가 심각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4대 6이던 전문약과 일반약의 비율이 6대 4로 바뀌었다.

한편 PPA 함유 감기약은 그동안 병.의원에서 연간 2600만건씩 처방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보건복지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올 6월까지 PPA 함유 의약품의 건강보험 청구건수는 총 9000여만건, 연평균 2583만건에 달했다. 또 같은 기간 중 PPA 함유 의약품에 대해 심평원이 심사.결정한 청구금액은 총 395억5115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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