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재창궐 조짐

중앙일보

입력

신생아 백신접종으로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옛날 전염병 중 하나인 백일해가 다시 창궐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늑골이 부러질 듯한 격렬한 발작성 기침이 한 번에 15-20회씩 계속되는 전염병인 백일해는 194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거의 박멸되었으나 요즘 세계 곳곳에서 다시 머리를 쳐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비조사에 따르면 작년 1만1천명이 넘는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도의 9천771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지난 30년래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이는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CDC의 트루디 머피 박사는 시인한다. 전문가들은 백일해 환자가 그 10배는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는 환자 중 25%는 백일해 환자로 봐야 한다고 밴더빌트 대학의 캐스린 에드워즈 박사는 말했다.

이처럼 백일해가 다시 창궐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부분적인 이유는 어렸을 때 맞은 백신의 면역효과가이 점차 쇠퇴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

백일해 백신은 생후 2개월에서 6세가 될 때까지 5차례 접종하게 되어 있다. 면역효과는 마지막 백신접종 5-10년 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 CDC 조사에서는 백일해 환자 중 3분의 1이 10대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백일해 환자가 급증추세를 보이자 미국 보건당국은 백일해 백신 추가접종을 실시해야 할지 여부를 곧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당국의 이러한 움직에 따라 그락소스미스클라인 제약회사는 지난주 식품의약국(FDA)에 10대들을 위한 추가접종용 백일해 백신(Boostrix) 판매승인을 신청했다.

신생아가 백신접종 전에 백일해에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성인은 보통 회복되지만, 백일해균을 퍼뜨려 신생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

신생아를 둔 부모는 되도록 빨리 백신을 접종시키라고 머피 박사는 권한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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