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원칙을 버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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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리쉬안하오 8단 ●·변상일 9단

장면 2

장면 2

장면 ②=빵때림을 주는 건 좋지 않다. 돌을 버릴 때 2선으로 뻗어 키워 죽이는 것은 사석전법의 기본이다. 이런 바둑의 기본을 상기한다면 흑1은 좋지 않다. 또 어쩔 수 없이 백2를 허용했다 해도 흑은 3으로 몰기 전에 5쪽을 먼저 몬다. 이게 프로의 바둑이다. 하지만 변상일 9단은 두 번 모두 궤도를 벗어났다. 왜 그랬을까.

바둑엔 원칙이 있으면서 동시에 원칙이 없다.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원칙은 소용없으므로 따를 수 없다. 다른 동네에선 비난받을지라도 바둑에선 인정된다.

참고도1

참고도1

◆참고도1=흑1로 먼저 뻗고 싶지만 백2 막으면 후속수단이 없다. 백△가 안성맞춤이어서 사석을 활용할 방법이 없다. 흑5 정도지만 이것도 백6 이후 별것 없다. 실전에서 흑이 빵때림을 내준 이유다.

참고도2

참고도2

◆참고도2=이 그림처럼 흑1로 먼저 모는 게 프로바둑인 건 맞다. 그런 걸 일명 ‘기세’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백2를 당할 때 대책이 없다. 3부터 패싸움인데 백에겐 4라는 절호의 패감이 있고 흑에겐 하나도 없다. 패감이 단 하나만 있었다면 변상일도 당연히 이 변화를 선택했을 것이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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