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말한다] 혈변

중앙일보

입력

40대 직장여성 K씨는 용변 후 대변에 미끈미끈한 점액과 함께 거무죽죽한 혈액이 섞여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은 K씨에게 의사는 최근 체중이 빠지거나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나는 등 배변습관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물어봤다.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한 K씨에게 대장내시경 처방이 내려졌다. 그 결과 지름 2㎝에 달하는 폴립(일종의 혹)이 발견됐다. 내시경 끝에 달린 전기 올가미를 통해 폴립을 제거했다. 조직검사 결과 양성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만일 1~2년만 늦게 발견했어도 폴립이 양성에서 악성으로 바뀌어 대장암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무심코 양변기 안을 들여다본 것이 K씨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K씨의 화장실 조명은 그날부터 훨씬 밝아졌다.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육류를 많이 섭취한 탓이다. 대장암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초기엔 K씨처럼 폴립이란 작은 혹에서 시작한다. 대장암을 암시하는 대표적 증세는 점액이 섞인 검붉은 혈액이 대변에 섞여 나오는 것이다. 선홍색 피는 보기엔 끔찍하지만 대장암과는 대부분 무관하다. 선홍색 피는 대개 치질이나 치열 등 항문질환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점액이 섞인 검붉은 대변이 나온다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야한다. 대변의 굵기가 갑자기 가늘어지거나 복통과 함께 체중감소 등의 증세가 동반되면 더욱 대장암일 가능성이 크다. 때론 대장암이 있어도 피가 눈에 안 띄는 경우도 있으므로 병원에서 대변검사를 매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대변검사는 필수 검진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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