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부모도 폭로 "이재영·이다영 엄마가 시합서 코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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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연합뉴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25) 선수를 향한 학교 폭력 의혹 제기가 멈추지 않고 있다.

14일 자신을 배구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뉴스를 접하고 아이들이 올린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2011년 춘계전국 남녀 중‧고 배구연맹전에 출전한 전주 근영중학교의 선수 명단이 담겼다. 이재영‧다영 선수는 1번과 2번으로 기재됐다.

A씨는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켰다”며 “근영중은 쌍둥이만 서로 올리고 때리고, 둘만 하는 배구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시합장 학부모 방에서는 이재영‧다영 선수의 모친인 김경희씨가 딸에게 “언니한테 공 올려라”라고 코치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역시 배구 국가대표 출신이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다영 선수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의 학부모라고 밝힌 A씨가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사진 네이트판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다영 선수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의 학부모라고 밝힌 A씨가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사진 네이트판

A씨는 “칼로 인한 큰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 당시에는 학부모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돈을 뺏기는지도, 힘들게 괴롭힘을 당하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적었다. 앞서 이재영‧다영 선수와 같이 활동했다던 피해자 4명은 “가해자가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흥국생명, 대한배구협회, 대한체육회는 방관자 아니냐”며 “피해받은 아이들이 한두명이 아닌 상황인데 서로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 이재영‧다영 선수에게는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영‧다영 자매는 지난 10일 “깊은 죄책감을 갖고 있다”며 사과했다. 흥국생명도 구단 차원의 사과문을 냈지만 아직 두 선수에 대한 징계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자 13일에는 근영중 배구부에서 함께 뛰었다는 B씨가 “또 다른 피해자”라며 자신이 겪은 일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알렸다.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은 두 선수의 징계 수위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생명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논란과 관련해 쌍둥이 자매를 징계하라는 요구가 있는 걸 잘 안다”면서도 “현재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징계라는 것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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