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의료진, 얼굴 전체 이식수술 첫 집도

중앙일보

입력

첨단 의학기술을 이용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테러대책반 형사(존 트라볼타 扮)와 테러리스트(니콜라스 케이지扮)의 얼굴을 감쪽같이 바꾸는 내용의 1997년도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오우삼 연출)'가 빠르면 내년 초 영국에서 현실화될 전망이다.

10일자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 인터넷판은 '영국인들 페이스 오프 준비' 제하의 기사에서 10명의 영국인이 영-미 의료진의 집도로 세계 최초로 죽은 사람의 얼굴을 통째로 이식받는 수술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미국 의료진은 수술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으나 대상자를 성형 목적이 아닌 화상 등으로 미관이 크게 손상된 사람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양국 의료진은 이미 영국인 수술신청자 10인의 명단을 접수했으며, 수술의 첫 단계로 내년 초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및 심리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 왕립외과대학에서 이번 주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얼굴 이식수술을 둘러싼 논란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왕립외과대학은 수술 자체를 막을 권한은 없으나, 그 의견 보고서는 자유병원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의사와 일반인으로 구성된 자유병원 윤리위는 병원측에 대해 버틀러 박사의 수술을 허용할지 여부를 자문하게 된다.

윤리적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죽은 사람의 피부 이식에 대한 혐오감 등 심리적 문제도 이번 수술이 안고 있는 난제중 하나다. 영국 의학계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파악하는데 수 개월이 걸릴 수 있어 자칫 세계 최초의 얼굴 이식 수술 기회를 미국 의사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술 집도의인 왕립 자유병원 성형외과의 피터 버틀러는 이번 수술이 기존의 기술로 성형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관이 크게 훼손된 얼굴을 가진 환자들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수술 불가피론을 펴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켄터키주 루이빌대학의 존 바커 성형외과연구소 소장이 얼굴이식 수술을 지휘하고 있다. 바커 소장은 내주 영국 런던의 과학박물관에서 열리는 얼굴이식 수술 관련 토론회에서 미국팀의 진전된 연구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수술진은 병원의 승인이 나면 생전에 얼굴 제공을 약속한 환자의 사망 후 24시간내 피부를 벗겨내 수술 대상자의 얼굴에 이식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달 영국의 한 저명 의학저널에 발표될 보고서는 사후 자신이나 가족의 얼굴을 남에게 주는 것에 대한 혐오증으로 얼굴 기증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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