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약물투여 마이크로칩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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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에 삽입되어 여러 가지 약을 필요한 시간간격에 따라 정확한 분량대로 3-4개월 동안 자동 방출하는 최신 자동 약물투여 마이크로칩이 개발되었다.

길이와 두께가 손톱만한 이 마이크로칩은 체내에 심어져 약물을 모두 방출하고 나면 무해한 물질로 생분해되어 체외로 배출된다. 이런 특성 덕에 이 마이크로칩은 진통제, 항우울제, 에이즈 치료제, 결핵 치료제, 피임약 등 하루에 여러 종류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편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개발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생의학 교수 로버트 랭거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머티어리얼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 마이크로칩은 체내에서 완전히 흡수되는 중합체(polymer)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물 방출을 위해 체외 동력원이 필요치 않은 최초의 자동 생분해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종전 자동 약물투여 마이크로칩은 한 번에 많은 양의 약물을 방출해 부작용의 위험이 있고 체내에서 생분해되지 않는 실리콘을 사용해 나중에 이를 다시 제거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는 외에 체외의 동력원이 필요했다.

이러한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랭거 박사는 두 종류의 생분해 중합체를 사용했다. 이 칩은 여러 가지 약으로 채워진 36개의 홈통이 있고 각각의 홈통에는 정확한 투여량 단위로 이를 밀봉하는 중합체 뚜껑들이 덮여 있어 이 중합체 뚜껑들이 생분해돼 없어지면서 약이 일정 분량만큼 자동으로 방출된다.

각 홈통의 약물투여 시간간격은 홍통뚜껑(중합체)의 성분과 두께를 달리해 조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방출을 촉발시키는 체외의 동력원이 없이도 서로 다른 시간에 여러 가지 약들이 필요량만큼 자동 방출될 수 있다.

랭거 박사는 인간성장호르몬과 항혈액응고제인 헤파린을 담은 칩을 식염수 용액속에서 실험한 결과 여러 가지 중합체 뚜껑이 정해진 시간에 분해되면서 정해진 분량을 정확히 방출했으며 동물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 생체 안에서도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이 칩에 사용된 중합체들은 이미 수술상처 봉합 등 여러 가지 의료용으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 마이크로칩 전체의 임상적 사용 승인을 받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랭거 박사는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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