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쿠라이 총리 사의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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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흐마드 쿠라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9일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AFP통신이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아라파트 측근의 말을 인용해 이날 비상내각을 승인하기 위한 팔레스타인 입법회의(PLC) 표결이 무산된 직후 쿠라이 총리가 "더 이상 총리직을 수행하고 싶지 않다"고 아라파트 수반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이 쿠라이의 사임 의사를 수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대변인은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쿠라이 총리가 사임하지는 않았다"고 AP통신에 밝혔다.

◇원인은 내부 알력=쿠라이 총리가 왜 사임 의사를 밝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쿠라이 총리가 기존 24명의 장관 대신 8명의 장관으로 비상 축소내각을 구성한 후 신임 내각의 성격과 권한 범위를 놓고 팔레스타인 지도부 내에 거센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의회 표결 무산 직후 이브라힘 아부 나자르 의회 부대변인은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투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의원들에게 말했다.

하난 아슈라위 의원도 "지난 수일 동안 비상내각의 성격을 놓고 의회가 두 진영으로 갈라졌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팔레스타인 정국=지속되는 자폭 테러와 이스라엘의 공세, 그리고 아라파트 수반의 중병설에 이은 쿠라이 총리의 사임설로 팔레스타인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지고 있다.

지난 5일 팔레스타인 여성이 하이파에서 자폭 테러를 감행한 뒤 이스라엘이 즉각 보복 공격에 나서자 아라파트 '제거'를 우려한 팔레스타인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각료 8명으로 구성된 비상 미니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알자리라 방송은 9일 이집트의 의료진이 아라파트의 거주지가 있는 팔레스타인 라말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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