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철도 건설 붐, 이대로 막 내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철도 당국이 철도 건설 속도 조절에 나섰다.

중국에게 철도망과 고속철은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다. 중국은 매년 신규 철도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강력한 철도 굴기를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무언가 다르다. 중국이 철도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국유철도그룹은 올해 철도망 확대 폭을 줄이고 철도 운행 수익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신화통신

중국 국영 철도회사 중국국유철도그룹(CR)에 따르면 지난해 확장된 철도의 길이는 4933km로 약 7천819억 위안(약 133조 715억)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다. 지난해 중국 전역 철도 운행 거리는 146,300km를 기록했고 고속철은 두 배 증가한 37,900km를 기록했다.

그러나 확장의 대가는 참혹했다. 철도 부채는 2019년 말 5조 4989억 위안(8,476억 달러)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철도 시스템 자산 가치의 65%에 해당한다. 해가 지날수록 국가철도그룹이 갚아야 하는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SCMP

ⓒSCMP

중국 고속철이 '부채'철도라는 말은 이전부터 제기되어왔다. 과거 상당수 외신은 부채 문제가 자칫 잘못하면 중국 경제의 회색 코뿔소(예상되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중국은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듯 매년 대대적으로 철도망을 확충해왔다.

ⓒ신화통신

ⓒ신화통신

그러나 올해 중국국유철도그룹은 철도 건설 투자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건설할 철도 길이는 3700km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건설 규모보다 현저히 줄어든 수치다. 중국 철도가 빚더미에 올라 있다는 것을 돌려 말한 셈이다.

중국 철도 당국은 올해 철도망 확충 대신 매출액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국유철도그룹은 올해 매출액을 작년의 1조 1천300억 위안보다 늘어난 1조 1천770억 위안(약 200조 2,430억)으로 책정했다.

중국국유철도그룹은 지난해 21억 6천만 명의 철도 승객을 처리했다. 올해는 이보다 44% 증가한 31억 1천만 명의 승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전년 대비 3.4% 많은 37억 t의 화물을 처리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신화통신

ⓒ신화통신

중국 당국은 철도 건설 투자를 줄이는 대신 중국 국민의 생계유지와 새로운 인프라 축적을 위한 프로젝트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류쿤(劉昆)중국 재정부장은 "코로나 19로 작년 재정 적자율이 3.6% 증가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고용, 교육, 사회복지, 국민 건강에 대한 지출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정부의 지출은 더 지속 가능해야 하고, GDP 대비 부채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인민망

ⓒ인민망

막대한 빚더미와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철도에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휘청일 당시 중국은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 성장률을 내보였다. 더욱 치고 나가려면 중국 정부에겐 안정적인 성장 동력이 절실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철도 사업이다.

ⓒcaixin

ⓒcaixin

철도 건설이 시작되면 고용은 늘어나고 철강, 시멘트 소진이 빨라져 연관 산업을 일으킨다. 길이 만들어졌으니 자연스레 사람이 몰린다.

신설 역 주변엔 주거 단지, 호텔, 회사, 더 나아가 기업, 연구소 등 산업단지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고속철 건설이 가져오는 부수적인 효과가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올해 역시 건설 폭을 줄이며 잠시 급제동을 걸었을 뿐, 철도망 확충의 의지를 갖추고 있는 중국이다. 그러나 올해 철도 건설 목표는 예년과는 달라 보인다. 부채를 잡기 위해 인프라 건설에 나선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주지되는 지금. 중국 철도 굴기의 미래는 어떻게 점쳐질까.

차이나랩=김은수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