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장소 흡연 전면 금지해야"…英 수석의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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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직장, 식당, 술집, 쇼핑센터 등 모든 공중 장소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지역 수석의무관인 리엄 도널드슨 박사가 3일 정부에 촉구했다.

도널드슨 박사는 이날 발간된 공중보건 연례보고서에서 "담배는 지난 50년 이상 영국에서 도전받지 않는 주요한 `살인자' 역할을 했다"면서 직장은 물론 술집이나 식당, 쇼핑센터와 같은 모든 공중 장소에서 흡연 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흡연자와 함께 사는 사람은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30% 높으며, 심장질환 위험도 25% 높다고 지적한 뒤 영국의학협회의 추산을 인용, 적어도 매년 1천명 이상이 다른 사람들의 흡연에 노출된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술집 종업원이나 웨이터리스 등 직업상 어쩔 수 없이 간접 흡연의 피해를 입는 사람도 약 30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앞서 영국의학협회도 수일 전 열린 연례 총회에서 직장을 비롯해 식당, 술집, 택시 등 모든 공중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권고안을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연단체들은 일제히 도널드슨 박사의 보고서를 환영했다. 금연운동단체인 ASH측은 "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경청하고 즉시 공중장소에서 흡연 금지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흡연 금지 법안은 일반 국민과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담배회사를 대변하는 담배제조업자협회(TMA)의 팀 로드 사무총장은 "흡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자발적인 준거를 갖고 있으며, 입법화까지는 필요없다"고 도널드슨 박사의 보고서에 반대했다.

영국 보건부는 "보고서가 내놓은 권고사항들을 어떻게 진척시킬 수 있을지 매우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원한다면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부는 현재로선 공중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며, 우선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금연노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한편 영국의학협회는 음주를 부추기는 텔레비전 광고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텔레그래프가 3일 보도했다. 영국 의사들이 알코올 문제에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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