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도 고마움도 나눴다...'착한 건물주에 착한 임차인'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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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한 음식점 앞에 점주가 '임대인 감사'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다. 점주 류민수 씨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임대인이 임대료를 감면해줘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한 음식점 앞에 점주가 '임대인 감사'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다. 점주 류민수 씨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임대인이 임대료를 감면해줘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착한 건물주님, 고객님께 이 고마움을 나눌게요”

최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식당엔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될 때까지 임대료 면제를 약속한 임대인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식당 주인이 내건 것이다. 현수막엔 “앞으로도 쭉 설렁탕, 굴국밥, 소고기국밥을 5000원씩 판매하겠습니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고통 분담에 나선 건물주와 뜻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이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 한장의 사진은 큰 관심을 모았다. ‘착한 건물주에 착한 임차인’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식당 주인 “동참 계기 만들려 현수막 달아” 

22일 현수막을 부착한 주인공인 류민수씨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방송엔 임대료 면제를 약속한 임대인도 출연했다.

류씨는 직원 3명과 함께 24시간 식당을 운영 중이다. 9시 이후 식당 내 취식이 금지된 이후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류씨는 “가게 문 닫으면 어차피 임대료 안 나오는데 어떡하실래요, 농담 삼아 협박을 좀 했다(웃음)면서 “어려움이 있어서 (임대인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마음대로 하라 하셨다”고 전했다. 류씨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도 도움을 받았고 (임대료를) 좀 더 올려드렸다”면서 “또 그 이상으로 되돌려 드려야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류씨는 이 현수막에 대해 “서로 동참하는 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붙였는데, 주위 건물주님들에게 좀 눈총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인 “시기가 시기인만큼 서로 도와야” 

이어 전화 연결한 임대인은 “저도 별로 여유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우리도 장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고통을 나눠보고자 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그는 또 “저도 IMF를 겪었고, 지금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씨가 내건 현수막에 대해선 “기분이 흐뭇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사람들이 일어나고 열심히 해야 대한민국이 일어나는 거니까 열심히들 장사합시다”라며 자영업자들을 응원했다.

신뢰를 나눴다는 임대인과 임차인 류씨 사이엔 주거니 받거니 농담도 오갔다. 류씨가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라고 인사하자 임대인은 “맛있는 것보다 돈을 좀 벌어야지”라고 답하는가 하면, “제가 임대료 떼어먹고 갈 사람이에요?”라는 류씨의 말에는 “떼어먹어 봤자지, 뭐”라고 응수했다.

민주, ‘착한 임대인’ 세제혜택 추진
한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곤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 지원이 절실하다는 여론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추는 임대인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50%에서 최대 70%까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현재 건물주에게 주는 세액공제 혜택의 범위를 임대료 인하액의 5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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