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두드러기,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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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통증의 서열을 매겨보자 라는 설문을 하면 그 반응들은 참으로 절실하고 애틋하기까지 하다. 통증의 주관적인 개인차는 물론 크겠지만 이른바 소양증이라 불리는 가려움증은 참으로 참아내기가 어려운 통증 중에 하나라 하겠다.

이러한 가려움은 과도하게 긁게 되고 이때 부분적이거나 전신적인 두드러기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두드러기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본인들이 주장하는 호소나 원인들도 매우 다양하다. 많게는 고등어나 옻, 강아지 같은 애완동물에서, 특이하게는 특정장소나 특정사람을 만나도 그러한 증상을 보인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소양증을 동반한 두드러기가 환자를 매우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치료를 하는 의사도, 온몸에 빨간 줄을 그어가며 긁는 환자들도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 두드러기 면역 체계 때문

이렇게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상황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 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우리 몸의 복잡한 면역체계 때문이다. 면역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항원과 항체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설명할 수 있겠다. 더 쉽게 풀어보자면 항체는 "내 것"이고, 항원은 "남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민하고 복잡한 나의 면역 체계는 하나의 거대한 기억회로처럼 모든 개체를 메모리로 저장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어떠한 물질이 나에게 작용하여서는 항체, 바로 "남의 것"으로 인식하여 면역체계가 가동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동된 면역체계의 보상기전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두드러기나 소양증이다.

병원에 내원하셔서 두드러기의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답답해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면역체계의 모든 카테고리를 설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면역체계 마찰 여부 조사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에는 순서가 있듯이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피부질환은 단언컨대 없다. 오랜 기간 심각한 두드러기에 시달린 투병 기간이 긴 환자나, 본래 피부가 예민하거나 알러지 체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최근 갑작스럽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드러기나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환자, 이 둘 모두다 처음 밟아야 할 순서는 하나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면역체계가 "내 것"과 "남의 것"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지의 여부를 간단히 조사할 수 있는 Ig E의 수치를 검사해 보는 것이 그 처음 순서가 될 수 있는데, 이 검사의 정상 범위는 1~200으로 넓은 편이다.

따라서 최근의 식(食)이나 심인(心因)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 검사에서 연속적으로 높은 수치의 결과가 나온다면 다시 혈액을 채취해 좀 더 세부적인 사항으로 나뉘는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 집안 공기를 시원하게

서두에도 적었듯이 두드러기를 동반한 소양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참기가 어려운 증상이다. 그러나 단순한 두드러기를 심하게 긁어 그 부위에 이차적인 감염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소양증이 심할 때는 의사의 처방 없이 항히스타민 제재를 남용하기보다는, 집안 공기를 시원하게 해주고 그 부위에 얼음찜질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도 두드러기는 심하면 약을 지어서 먹고, 질환이 완화되면 잔류 증상을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의 과정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의사의 정확한 진단 아래 면역체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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