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됐는데도 감염자 취급” 다시 코로나 색안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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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유행하면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확진자’란 낙인찍기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는 이유로 병원 입원을 거부당하거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소외되기 일쑤여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의 누적 확진자는 4만5000여 명에 달한다.

3차 유행에 직장 등서 따돌림 일쑤 #“코로나 걸렸었죠” 입원 거부도

취업준비 학원을 다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서모(27)씨는 16일 “나보다 나로 인해 일상생활에 차질이 생긴 가족과 친구들이 생각나 미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며 “몸보다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열흘 전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너무 믿기지 않아 다섯 번이나 되물었다”며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마스크를 항상 착용했는데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서울시 강동구에 거주하는 30대 김가영(가명)씨도 “지난달 말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남편과 10개월 된 아이까지 감염돼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확진자 낙인’으로 완치 후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지난 1일부터 지병으로 입원치료를 받던 A씨(26)는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이후 완치됐다. A씨는 “섬유근육통 증상이 심해져 다시 치료를 받으러 갔더니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느냐’며 입원을 거부해 속상했다”고 호소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 10월 말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8%가 코로나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덕인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내가 특별히 잘못해서 감염병에 걸렸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가 확진자를 배척할 게 아니라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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