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대사질환도 고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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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어린이 난치성 질환인 유전성 대사(代謝)질환 치료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지난 25~26일 제주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소아과 춘계 학술대회에서 울산대의대 소아과 유한욱 교수는 "최근 몇년 사이에 진단과 치료가 모두 발전해 조기 진단.조기 치료로 상당수 극복할 수 있다"고 발표해 주목을 끈다.

유전성 대사질환이란 우리 몸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신진대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효소 중 한개가 선천적으로 부족해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다.

그 결과 대사돼야 할 물질이 뇌.간.신장 등에 과다하게 쌓여 정신지체.간경변.발육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예가 페닐케톤뇨증이다. 이 병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될 때 필요한 효소가 없어서 페닐라라닌이란 물질이 뇌에 축적된다.

따라서 정상아로 태어나지만 첫돌 무렵엔 지능(IQ)이 50이하가 된다. 물론 조기진단으로 출생 후부터 바로 특수 분유를 먹이면 정상아로 자랄 수 있다. 조기진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유교수는 "현재까지 밝혀진 유전성 대사질환은 약 6백여종인데 최근 출생 직후 '광범위 신생아 대사성 질환 검사'를 통해 40여종의 질병에 대한 진단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이런 질병들은 대부분 부모 모두가 보인자를 갖고 열성 유전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유전병이라 하더라도 선대에서 환자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누구나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환자에 대한 치료법도 좋아졌다. 과거엔 특수 분유 등 주로 식이 요법을 통한 치료를 했지만 최근엔 부족한 효소를 채워주는 약이 개발돼 효과를 보기도 하고, 골수이식.간이식 등 장기 이식을 통해 완치되기도 한다.

따라서 신생아기에 진단을 못 받았다 하더라도 대부분 어릴 때 증상이 나타나므로 아이에게 이상 징후가 있을 땐 하루빨리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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