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찾아온 전기료 '산타'..美 70대 남성 114가구 전기비 대납

중앙일보

입력

미국 플로리다주에 살며 수영장 건설 일을 하는 마이크 에스몬드(74)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져 전기료를 내지 못한 이웃 114가구를 위해 대신 요금을 냈다.

지난해도 선행…"가스 끊겨봐 마음 잘 알아"

12일(현지시간) 피플지와 뉴욕타임스, CNN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공공요금 감독관인 조앤 올리버는 "에스몬드가 7615달러 40센트(약 831만원)를 대신 내 전기 서비스가 끊길 뻔했던 114가구를 도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스몬드가 대납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 가구는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전기가 끊길 처지였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중인 마이크 에스몬드(74, 사진)가 2년 연속으로 이웃 가구가 연체한 전기료를 대납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위터]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중인 마이크 에스몬드(74, 사진)가 2년 연속으로 이웃 가구가 연체한 전기료를 대납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위터]

에스몬드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식탁에 음식을 올릴 여유조차 없다"면서 "내가 대신 요금을 낸 것이 이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체납자 대부분은 코로나 19가 확대되면서 일자리를 잃었거나 올해 9월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샐리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앞서 올해 9월 시속 165㎞의 강풍을 동반했던 '샐리'로 50만 가구 이상이 정전되는 등 플로리다 일대는 쑥대밭이 됐다.

사진은 올해 9월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샐리로 도로 곳곳이 침수된 모습. [AP=연합뉴스]

사진은 올해 9월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샐리로 도로 곳곳이 침수된 모습. [AP=연합뉴스]

CNN은 "체납자 대부분의 미납 요금은 100달러 이하였다"면서 "그만큼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스몬드가 전기료를 대신 내는 '산타' 노릇을 자처한 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4600달러를 내 36가구의 밀린 전기 요금을 대신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에스몬드는 풀장 건설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왔다. 1966년엔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도 있다. 그는 CNN에 "나도 과거에 (요금을 연체한 사람들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적이 있다"면서 "1980년대 세 딸을 키우던 중 요금을 못 내 가스회사로부터 가스가 끊겼다"고 털어놨다.

가스가 끊겼던 그때가 평생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고 회상하는 에스몬드는 "요금을 못 내는 이들의 마음을 그래서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요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관대하고 친절하며 다른 이들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