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는 천재지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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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여행 및 국제행사 취소와 중국.동남아 등의 현지사업 차질로 인한 계약불이행에 따른 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사스를 천재지변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사스의 전파력과 위험성이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며 전세계적으로 사스에 대한 공포심이 고조돼 발병국가 입국을 원천봉쇄한 무형의 장애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

서초동의 H 변호사는 "사스의 치사율이 높지는 않지만 사스의 원인과 치료방법이 아직 규명되지 않아 사스 창궐지역에 갔을 때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의 경우 대사관 직원들의 철수를 허용하기도 했다"며 사스가 천재지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및 관련 기관들은 사스의 치사율이 그리 높지 않고, 창궐 지역에 대한 접근이 원천 봉쇄되지도 않아 위험을 무릅쓴다면 충분히 해당 지역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천재지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도 "사스로 인해 해당 지역에 출국금지령이 내려지거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스를 천재지변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사스가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여행 취소시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나 여행 표준 약관이나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에 괴질로 인한 보상 규정은 아직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12일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전세계적으로 2천890명이 발견됐고 이중 116명이 숨졌다고 공식 집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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