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A가 더 위험"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파리 교외에 위치한 로레알연구소 파트리샤 피노 박사는 "피부는 세월과 햇볕이 늙게 한다"고 요약한다.

연구소 건물의 벽에 걸린 사진 한 장이 그의 설명을 대신한다. 만화영화 속의 '아수라 백작'처럼 얼굴 양쪽의 노화정도가 완전히 다른 여성의 사진이었다.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20년 가까이 택시 운전을 한 53세의 여성이다. 얼굴의 오른쪽은 제 나이의 피부지만 햇볕을 받은(창쪽)왼쪽은 60세 이상 돼 보인다."

자외선B보다 더 위험하고 피부노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자외선A가 일반인들에겐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외선A(파장 3백20~4백nm)는 자외선B(2백80~3백20nm)보다 에너지는 적지만 흡수력은 1백배나 되고 80%가 표피 안쪽의 진피까지 도달한다"며 "피부노화를 막으려면 자외선A.B 차단제가 모두 든 제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가 큰 자외선B는 피부 화상의 원인이 된다.

우리 피부 자체엔 자외선 방어체계가 없는가를 물었다.

"자외선B에 대해선 우리 몸에 자연 방어 체계가 있다. 표피와 멜라닌이다. 피부에 자외선B가 닿으면 멜라닌이 생성되고 표피가 두꺼워진다. 그러나 자외선A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미 피부에 존재하는 멜라닌을 산화시켜 피부를 조금 어둡게 할 뿐이다."

아시아 여성의 피부는 주름보다 기미가 더 잘 생긴다. 25~30세면 기미가 나타나고 임신 중엔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주름은 서양 여성보다 평균 10년 가량 늦다.

반대로 유럽 여성은 기미는 잘 생기지 않지만 피부 주름이 25~30세부터 나타난다. 이런 인종적 특성으로 인해 유럽에선 미백 제품이 팔리지 않고 아시아 여성은 미백제품에 열광한다는 것. 미백 제품엔 콩 등에서 추출한 특수 성분이 들어 있어 기미를 밝게 해준다.

그는 "피부나 화장품에 관한 지식과 관심이 높은 한국 여성이 아직도 선탠을 즐기는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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